금융지주 올 영구채 첫 타자…신한 수요예측 3배 몰려

2700억 발행에 9490억 뭉칫돈
메리츠·우리 등도 영구채 추진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영구채 수요 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는 이날 신용등급 ‘AA-’급의 2700억 원 규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약 949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신한지주는 공모 희망 금리 범위로 연 4.2~4.8%를 제시해 4.49%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신한지주는 조달 자금으로 2월과 4월 만기가 돌아오는 2500억 원 규모 무보증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이 경우 부채는 줄고 자본은 늘어나게 된다. 만기가 없는 5년 조기상환권(콜옵션) 조건이다. 신한지주는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이달 31일 최대 4000억 원까지 발행액을 늘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증권이다. 발행 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에는 발행 금융기관이 부실 기관으로 지정되면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어 동일 등급 회사채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전 거래일 기준 ‘AA-’급 무보증사채 5년물 금리는 4.207%였다.


신한지주 외에도 메리츠금융지주(138040)·우리금융지주(316140)·BNK금융지주(138930) 등 국내 금융지주들이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금융지주의 영구채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은 상각이나 이자 미지급 같은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낮다”며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의 경우 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 속 금리(이자율)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우호적인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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