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출구 모색 나서나…"하마스에 2개월 휴전 제안"

악시오스 "인질-수감자 단계적 교환 조건"
합의 이행되면 전쟁 강도·범위 축소 전망
인질 석방 및 '두 국가 해법' 압박 거세져

22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유니스 도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서 촬영한 모습.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넉 달째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2개월간의 일시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완전 소탕’을 고집하던 이스라엘 지도부가 국내외의 강력한 휴전 압박에 못 이겨 출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2일(현지 시간) 복수의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이스라엘이 카타르·이집트를 통해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협상안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이스라엘 측 인질을 단계적으로 석방하는 대신 최장 2개월간 가자지구 교전을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비슷한 조건으로 일시 휴전을 했지만 기간이 1주일에 불과했다.


만약 하마스가 이번 제안을 수용하고 양측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면 전쟁은 본격적인 소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들은 합의가 이행될 경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범위와 강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시인하고 있다”며 “일부 미국 당국자들도 이번 합의가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조건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협상은 교착을 거듭해왔다. 이스라엘 당국 관리들은 이번 제안으로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내외의 휴전 압박이 이스라엘 지도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측 인질은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가족들은 21일 총리 관저 앞 도로를 점거하고 22일 의회에 난입해 석방을 요구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디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CNN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장악이라는) 군사 목표를 쉽게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쟁이 길어지면서) 인질 가족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22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모두 인정하는 내용의 평화 전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거듭 반대하자 서방이 단합해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랍 국가들도 두 국가 해법을 중심으로 한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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