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얼어붙은 기업 체감 경기…더 파격적 지원으로 투자 활력 살려라

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BSI 전망치는 92.3을 기록했다. 이 전망치는 2022년 4월 이후 23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자금 사정, 투자, 채산성, 내수, 수출 등 모든 부문에서 비관론 일색이다. 최근 경기회복세가 반도체 수출과 일부 대기업에 편중돼 대다수 기업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업 투자 촉진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새로 포함하고 신성장·원천 기술에 방위산업 분야를 신설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예산을 지난해 570억 원에서 올해 1000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 정도의 미봉책으로 퇴보하고 있는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해외로 떠난 우리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지 의문이다. 주요 경쟁국들이 경제 영토 선점을 위해 민관 합동의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가한 해법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유럽·중국 등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으로 수십조 원씩 쏟아붓기로 했다. 일본은 첨단 공장 유치를 위해 50년 이상 묵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까지 풀었다.


한국은행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수출을 뺄 경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1.7%로 지난해에 이어 1%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민간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기업들이 읍소하면 선심 쓰듯 법인세를 1%포인트 찔끔 내려주거나 기업의 첨단산업 투자에 한시적으로만 세액공제를 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마저도 ‘재벌 감세’ ‘대기업 퍼주기’ 프레임으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세제·금융 등 더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고 규제 혁파, 노동 개혁 등으로 민간의 혁신과 기업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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