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겪은 괴롭힘·성희롱…'억대 연봉' 대기업의 민낯

고용부, 제약 대기업 A사 근로감독 결과
피해 절반 꼴인데…사측 조치 불신 팽배
익명 설문에도 문제제기 못하는 분위기
임금체불·임신 직원 근로위반도 드러나

23일 오전 두꺼운 복장의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억대 연봉을 바라보는 제약 대기업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 기업은 법으로 금지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만연했는데, 직원들은 사측이 제대로 된 조치로 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23일 고용노동부가 최근 A 제약 대기업에 대해 근로 감독을 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업은 직원 216명이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이 중 89명은 총 3000만원 규모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 임금체불이 일어난 것이다. 심지어 임신근로자가 법으로 금지된 시간 외 근로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우려를 키우는 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만연해 있는데 이를 스스로 바꿀 문화와 제도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약 4500명의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을 실시했는데, 설문 응답자는 741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익명 설문인데 이처럼 응답율이 낮다는 것은 조직 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751명 응답자 중 절반인 55.5%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피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76%는 이에 대한 사측의 조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피해 사례를 보면 다수 중간 관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 정규직 채용을 원하는 인턴 사원에게 ‘합격 여부는 내 손에 달려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피해 기간이 얼마나 지속됐고 가해자가 누구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감독을 담당한 고용부 관계자는 “상당수 직원이 피해를 당하고 회사 측의 조치를 불신하는 등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 기업에 법 위반에 대한 시정 지시를 내리고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을 요청했다.


A기업은 제약기업 중에서 성장세가 빠르고 복지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2022년 직원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을 넘었다. 기업 측은 “고용부의 시정지시를 즉시 이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용부 감독은 작년 11월 A기업 직원 B씨의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있다는 청원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고용부는 B씨의 괴롭힘 피해를 인정할 구체적인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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