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치료제인 ‘누겔’ 국내 임상 2상 결과가 잘 나와서 올해 투자자들의 반응이 사뭇 달라졌습니다. 현재 구체적인 해외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이고 어떻게든 연내 기술수출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는 8~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현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기존 아토피 치료제가 염증을 직접 억제하는 것과 달리 샤페론(378800)이 개발 중인 누겔은 GPCR19라는 수용체를 표적으로 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이 수용체는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조절해 아토피 피부염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페론은 누겔의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임상 2상을 개시한 상태다. 성 대표는 “JPMHC에서 20곳이 넘는 업체를 만났는데 국내 2상 결과를 보여주니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며 “특히 미국 임상을 진행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서 투자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한 업체에서 굉장히 큰 관심을 보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경쟁 제품 대비 높은 효과에 부작용은 줄였다는 것이 누겔의 강점이다. 성 대표는 “화이자가 2016년 아나코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해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제 대비 부작용을 낮춘 ‘유크리사’를 출시했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낮은 반면 부작용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누겔 국내 2상 결과를 보면 유크리사 대비 치료 효과는 2배 이상 높아 기존 염증 억제제와 비슷한 수준(위약군 대비 효과 50%)에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장 2년차를 맞아 연내 기술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성 대표가 누겔의 높은 시장 가치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 대표는 “화이자는 아나코를 52억 달러(약 6조 원)에 인수하면서 유크리사의 잠재적 매출을 최소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로 추산했지만 실제 지난해 매출은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며 “투자 환경이 불리하고 작용 기전이 세계 최초이긴 하지만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치료제와 충분한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누겔의 기술수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현재 비임상 단계에 있는 ‘나노바디’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것이 성 대표의 계획이다. 나노바디는 항원을 사람이 아닌 알파카 등 특정 동물에 주입했을 때 체내에 형성되는 작은 항체를 말한다. 크기가 작아 조직 침투성이 높지만 항체를 골라내는 기술의 난이도가 높아 현재 상용화한 업체는 전 세계에서 한 군데뿐이다.
성 대표는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업계 트렌드가 됐지만 ADC 특성상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가 개발 중인 나노바디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 이중항체 치료제 시장을 나노바디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