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대립하던 끝에 장례식장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인 혐의로 부산 양대 폭력조직 ‘신20세기파’와 ‘칠성파’ 조직원들이 징역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최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20세기파 조직원 A씨에게 징역 6년을, 다른 조직원 6명에게 징역 1~3년씩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칠성파 조직원 2명에겐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 2021년 5월 부산 해운대 한 주점에서 마주친 신20세기파 조직폭력배가 시비가 붙은 칠성파 조직원 2명을 집단 폭행했다. 이 가운데 1명이 달아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들겨 맞고 도망가지 말고 전화 받으라’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칠성파 조직원 5명은 같은 날 새벽 광안대교에서 부산진구 문전교차로 인근까지 심야 차량 추격전을 벌였고 글을 게시한 신20세기파 조직원을 뒤쫓아 보복 폭행했다.
다시 복수에 나선 신20세기파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같은 해 10월께 서구 한 장례식장에 있던 칠성파 조직원 2명을 발견하고 집단폭행하는 등 난투극을 벌였다.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은 둔기를 들고 장례식장에서 난동을 부려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폭력 범죄단체는 그 폭력성이나 집단성 그 자체로 위험성이 클 뿐만 아니라 조직의 위세를 바탕으로 한 폭력 범죄의 경우 선량한 다수의 시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고 불안감을 조성하며 사회 전반의 치안과 질서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이 상시 출입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장례식장에서 시민들과 유족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적대 관계에 있는 다른 범죄단체에 보복을 해 자신들 조직의 위세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싸움을 유발하고 집단으로 폭력을 가하는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상당히 무겁고, 범정이 매우 좋지 않다”며 “다수의 피고인들이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르고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등 향후 폭력 범죄단체와 무관한 삶을 살아갈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부산 지역의 토착 폭력조직인 신20세기파와 칠성파는 1980년대부터 주도권을 잡으려고 서로 충돌하며 폭력 범죄 등을 반복해 왔다. 두 조직 간의 범죄는 영화 '친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