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09일째(현지 시간 23일 기준) 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측이 조건부 1개월 휴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휴전 연장 방안을 둘러싸고 견해 차가 큰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조건부 휴전 기간을 약 30일로 하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하마스는 협상 중재역인 미국·카타르·이집트를 통해 수개월의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이 너무 길다며 거절했다. 전날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서 이스라엘이 최근 최장 2개월의 휴전안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종합하면 양측이 수차례의 의견 교환 끝에 이견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 휴전 조건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측 인질과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일부 교환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최종 합의가 임박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는 일시 교전 중단이 아닌 영구적 정전의 조건이 합의되기 전에는 30일 휴전안을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스라엘은 단계적 협상을 시도하는 반면 하마스는 초기 휴전과 영구 정전 방안을 함께 합의하는 ‘패키지 딜’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에 이집트 등은 하마스에 한 달 휴전을 먼저 받아들일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2단계 휴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추가 당근책을 내놓자 하마스가 단계적 휴전 협상 쪽으로 돌아섰다는 소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 등을 제시했다며 하마스의 입장 변화에 주목했다. 다만 하마스가 영구 정전안 합의 없이 한 달간의 1차 휴전만 받아들이더라도 교전이 재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반면 이스라엘 지도부는 ‘하마스 소탕’이라는 기존 목표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한편 22일 가자지구에서 개전 이후 가장 많은 이스라엘 병사가 전사한 것으로 나타나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휴전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군은 23일 자국 병사 21명이 전날 가자지구 중부 칸유니스시 포위 작전을 수행하다가 폭발물 사고로 사망했고 3명이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에서 전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