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이 기관투자가의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연초 효과’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목에서 미매각(수요예측 기간 동안 모집액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ENM(035760)은 전날 모집액 1300억 원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1250억 원의 매수 주문만 받았다고 공시했다. 추가 청약을 통해 미매각된 50억 원의 수요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29bp(1bp=0.01%포인트)나 가산해 조달금리를 책정했다. 모집액 700억 원의 2년물이 15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민평금리 대비 5bp 가산한 금리에 모집 물량을 채운 것과 대조적이다. CJ ENM은 증액 발행 한도를 최대 3000억 원까지 열어뒀지만 수요예측 부진에 결국 모집액(2000억 원) 수준에서 최종 발행액을 결정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앞서 이달 5일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총 1조 33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3000억 원 참여)과 3년물(1조 50억 원 참여)에 수요가 몰린 결과였다. 400억 원을 모집한 5년물에서는 주문이 300억 원만 들어왔다. 미달분 100억 원은 추가 청약을 거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업계에서는 CJ ENM과 한화솔루션 회사채가 모두 신용동급 ‘AA-’급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초 공모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연일 조(兆) 원 단위 주문을 받아내고 있는 와중에 첫 미매각 사례가 우량채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BBB급’ 신용도를 보유한 SLL중앙은 전날 5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완판’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들의 수요예측 부진은 시스템적 위기라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 상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은 대규모 투자로 중단기적 잉여 현금 흐름 적자, CJ ENM은 실적 악화 부담이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S-Oil(010950)의 10년물 흥행을 비롯해 5년물 이상 장기물들도 충분히 수요를 받아내고 있다”며 “최근 미매각 사례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저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