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말레이시아 '5조 통화스와프' 연내 재체결

작년 2월 종료 후 협의 계속
현지 사정 탓 만기 연장 지연
유효기간 3년으로 체결 예정
방산·인프라 협력 촉진 기대



한국이 지난해 2월 만기가 종료된 말레이시아와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내 다시 체결한다. 자원 부국인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 라인을 재구축해 역내 금융 협력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말레이시아와 방산·인프라 협력을 확대하고 교역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통화 당국은 지난해 2월 2일 종료된 말레이시아와의 원·링깃 통화스와프 계약을 1년 만에 다시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기존과 같은 5조 원(약 150억 링깃, 47억 달러)으로 유효 기간은 3년이 유력하다.


통화스와프는 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끼리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금융 협력이다. 한은은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와 함께 9개 중앙은행(말레이시아 포함)과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한은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013년 5조 원(약 150억 링깃) 규모로 3년짜리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3개월 동안 재계약이 지연된 바 있다. 2017년 1월이 돼서야 3년 연장했다가 2020년 2월에 다시 3년 연장했다. 지난해 2월 2일 통화스와프가 종료된 후 양국 중앙은행이 약 1년 동안 계약 연장 여부를 놓고 협의한 끝에 최근 재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시기에 만기가 돌아왔던 호주(2월 5일), 인도네시아(3월 5일)와의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은 일찌감치 확정돼 발표됐다. 호주(9조 6000억 원, 120억 호주달러)는 2028년 2월, 인도네시아(10조 7000억 원, 115조 루피아)는 2026년 3월까지 계약이 연장된 상태다.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만 계약 연장이 1년 가까이 늦어진 것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의사 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현지 사정으로 만기 연장이 지연됐으나 연내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외환시장뿐 아니라 수출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말레이시아와는 방산·인프라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최근 4차 산업혁명 분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2월 1조 2000억 원 규모의 FA-50 기종 18대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솔루션,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등에 대한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가 이미 캐나다·호주·중국·일본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만큼 외환시장 안정 효과보다는 양국 간 교역을 촉진하는 기능이 클 것”이라며 “또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선진국과는 위기 대비 목적으로, 신흥국과는 경제·금융 협력 증진 목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한은은 이와 더불어 8월 튀르키예와 통화스와프 만기도 앞두고 있다. 이는 2021년 8월 최초로 체결한 2조 3000억 원(약 175억 리라) 규모의 관련 계약이다. 말레이시아와 달리 튀르키예 통화스와프는 연장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가 계약 체결 당시 달러당 8.5리라에서 최근 30.3리라로 4배 가까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175억 리라 가치는 원화로 7700억 원 수준이다. 한은은 튀르키예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교류 확대 및 교역 증대를 위한 지리적 요충지라는 점을 고려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 계약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자원 부국인 데다 아세안 역내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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