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中, 이틀 연속 부양책… 대대적 돈 풀기로 출구 모색

■인민銀, 지준율 0.5%p 인하
인하폭 종전 두배… 기자회견 방식도 이례적
‘3년간 증시 6조弗 이탈’ 위기의식 드러나
홍콩증시 3.56%↑… 일각선 "증시 영향 제한"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이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이 24일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를 전격 발표한 것은 시장에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인하 폭과 판궁성 인민은행장 기자회견을 통한 공표 방식 모두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중국 정부가 불안한 시장을 달래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약 43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증시안정기금 투입을 발표한 데 이어 나온 부양책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으로 투자 자금이 이탈하는 데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판 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준율을 다음 달 5일부로 종전 대비 0.5%포인트 인하하고 농업 지원 소규모 재대출과 재할인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이번 인하로 시장에 장기 유동성 약 1조 위안(약 186조 원)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준율은 중국 시중은행이 예금 중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율로 인하 시 시중에 공급할 자금이 늘어나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은 앞서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이번에 조정하게 되면 대형 상업은행 지준율은 기존 10.5%에서 10.0%로 내려가게 된다.


인하 폭은 종전의 두 배 수준으로 2021년 12월 이후 가장 크다. 시장 안팎에서는 앞서 지난해 말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수준인 0.25%포인트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뒤늦게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불안을 달래려 했다는 분석이다. 멩셴 챈슨앤컴퍼니 상무이사는 블룸버그통신에 “지준율 인하를 사전에 발표했다는 자체가 시장이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다른 효과적 도구가 없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22일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 5년물을 각각 3.45%, 4.2%로 동결한 데 대한 실망감이 컸다. 이에 증시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상하이종합지수 등 주요 지수들이 4~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가뜩이나 중국 경제에 대한 심리가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 부채 문제, 출산율 감소, 줄어드는 노동인구, 정부의 사기업 제재와 외국 기업 이탈 등이 겹쳐 최악인 상황이었다. CNN은 최근 3년간 중국본토·홍콩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 달러(약 8016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판 행장 기자회견 직후 홍콩항셍지수가 상승 폭을 키워 3.56% 오르는 등 시장은 환영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1.80% 오르며 장을 마쳤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달 춘제 연휴를 앞두고 시장에 유동성을 원활히 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듯하다”면서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들은 지준율 인하를 환영하면서도 증시에 지속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성기응 소시에테제네랄 수석전략가는 “지준율 인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만 전날 증시안정기금 발표 등에 비하면 놀랍지 않을 수 있다”며 “정책적 지원 방안이 완전하게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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