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했다” 112 신고했지만 출동 안 해…스스로 탈출하던 피해자는 결국

사진=KBS 보도화면 캡처

남자친구의 차에 갇혀 있다 차가 고속도로 갓길에 멈춘 사이 탈출해 이동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한 여성이 탈출 직전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23일 KB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1월 18일 새벽 호남고속도로 비아버스정류장 부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30대 여성인 장 모 씨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장씨는 당시 남자친구가 자신을 차에 태운 뒤 갑자기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실랑이를 벌였고 갓길에 잠시 정차한 사이 차에서 빠져나와 이동하다가 사고가 났다.


피해자는 이곳에서 사고가 나기 한 시간 반 전 112에 신고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당시 신고 내용이 긴급하지 않다고 보고 출동 지령도 내리지 않았다.


장씨가 "차량 조수석에 납치돼 있다"며 출동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오지 않아도 된다," "여자친구가 술에 취했다"는 남자친구의 말만 듣고 출동 지령도 내리지 않았다.


경찰의 112 신고 처리 규칙은 긴급성에 따라 5단계로 분류되는데 경찰은 장씨의 신고 내용이 단순 민원이나 상담 신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장 낮은 단계인 '코드4'로 분류했다.


결국 장씨는 경찰이 출동하지 않자 지나가던 택시에 도움을 요청했고, 택시기사의 신고로 뒤늦게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경찰은 당시 허위나 오인 신고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숨진 장씨의 유족은 112 신고가 묵살돼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 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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