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면 아내도 금괴도 공짜로 드립니다” 황당한 中 부동산 광고

경기침체에 절박해진 中 부동산 개발기업들
투자금 회수 위해 황당한 마케팅 전략 난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집값 10%이상 하락

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최신 증권 거래 및 경제 데이터를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아래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EPA연합뉴스

“집 사면 아내를 공짜로 드립니다”


지난해 9월 중국 톈진의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선보인 광고 영상이다. 집이 있으면 결혼하기 한결 수월하다는 의미지만 주택 구매자에게 경품을 제공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표현돼 큰 논란을 빚었다. 결국 이 회사는 해당 광고로 인해 4184달러(약 56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중국의 동부 저장성에 위치한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는 주택 구매 시 금괴를 제공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황당한 마케팅 전략은 위기에 처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더이상 주택이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신축 주택 판매가 전년대비 6%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주택 시장 냉각으로 중국 주요 4대 도시인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의 지난달 주택 가격은 전년대비 11~14% 하락했다.


주택이 팔리지 않아 자금난에 처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위기는 대규모 직원 해고와 하청업체 파산, 해외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 불이행)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안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최소 2년 이상은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달 초 전 중국 인민은행 통계부서장은 “올해와 내년 신규 주택 판매가 지금보다도 5%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레이먼드 영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국 담당 경제학자도 “중국인들이 주택을 더이상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보지 않게 돼 앞으로도 구매 수요가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건설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베이징, 상하이의 일류 학군 지역도 집값이 반토막 났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베이징 하이뎬구 완류지역에 위치한 펑냐오자위안의 가격이 정점 대비 1㎥당 10만 위안이나 급락했다. 해당 지역은 베이징 3대 초등학교로 불리는 중관춘 제3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군으로 베이징 중산층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2021년 985만 위안으로 1㎥당 22만4000위안을 호가하던 이 지역 주택(약 44㎡ 규모) 가격은 지난해 말 매매가가 617만 위안(52㎡ 규모 원룸)으로 떨어져 ㎡당 11만 9000 위안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중개업체 센터라인(Centaline)의 부동산 연구 책임자인 류 유안씨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없다면 신규 주택 가격은 지금 수준보다 50% 더 낮아졌을 것”이라며 “주택을 임대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느껴질 때가 돼야 비로소 수요가 살아나는 전환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토지 매매 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던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도 흔들리고 있다. WSJ는 중국 지방정부에 4000억~8000억 달러 가량의 부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잠재적인 지방정부의 파산을 막기 위해 자금 융자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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