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건설, 중국 소비주 등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산업을 중심으로 52주 신저가가 속출하고 있다. 코스피만 52주 신저가 기업이 147개사로 신고가(50) 대비 3배에 달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의 수는 147개다. 같은 기간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50개)와 비교할 때 약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2차전지 대형주 중심으로 52주 신저가 종목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23일·37만 500원)을 비롯해 LG화학(051910)(23일·38만 3500원),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096770)(23일·10만 7500원), 삼성SDI(006400)(24일·35만 원) 등이 대표적이다. 2차전지는 주요 셀 소재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과 광물 가격 하락 전망,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국발 정책 변동 불확실성 등이 대두해 업황 전망이 크게 악화했다. 테슬라가 연초부터 중국·독일 시장에서 가격 인하를 이어가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
건설주도 52주 신저가가 속출했다. 지난해 연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부각되면서다. 신용평가업계와 증권가에서 상대적으로 재무적 부담이 크다고 평가받은 동부건설(005960)(19일·5200원), 신세계건설(034300)(24일·1만 400원), 코오롱글로벌(003070)(24일·9030원)을 비롯해 현대건설·남광토건·범양건영·일성건설 등 건설주 다수가 연초 이후 52주 신저가를 새로 갈아치웠다.
정유·화학 업종에서도 52주 신저가 종목이 상당했다. 롯데정밀화학(004000)(23일·4만 6350원), 롯데케미칼(011170)(22일·11만 6000원), 금호석유(011780)(23일·10만 7800원) 등 화학·정유 부문에서도 52주 신저가 종목이 상당수 나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 업종에 대해 “불확실한 대외 경기환경에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고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중국 중심의 대규모 증설이 진행된 탓에 그간 누적된 공급 과잉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수준이다”며 “대체로 작년 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을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침체 및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며 중국 소비 관련주로 분류되는 호텔신라(008770)(22일·5만 7000원), GKL(114090)(18일·1만 2290원), LG생활건강(051900)(18일·30만 3000원) 등도 새해 들어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반면 이 기간 52주 신고가를 찍은 종목은 반도체주를 제외하면 대체로 업황 개선보다 개별적인 이슈에 힘입은 사례가 많았다. 경영권 분쟁에서 사모펀드가 승소하며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불거진 남양유업(003920)(5일·64만 5000원)이나 셀트리온(068270)헬스케어와 통합해 상장한 셀트리온(2일·24만 1000원),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후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 보유 사실이 부각된 한화투자증권(003530)(11일·4400원)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005930)(7만 9800원)와 SK하이닉스(000660)(14만 5400원)의 경우 반도체 수요 개선 기대감에 힘입어 각각 지난 2일과 22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과 15·18·19·23일 등 총 5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전 거래일 대비 하락 마감하며 약세장을 지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