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한다더니 ‘뒷돈 꿀꺽’한 유명 인플루언서…伊 ‘가짜 기부’ 막는 법까지 나온다

사진=키아라 페라니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3000만명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패션 인플루언서 키아라 페라니(36)가 ‘가짜 기부’ 논란 이후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는 24일(현지시간) 정부가 25일 내각회의에서 이른바 '페라니법'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기부와 관련된 제품은 목적과 수령인, 자선 단체에 기부되는 몫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기부를 명목으로 상품을 홍보할 경우 기부금의 목적과 쓰이는 곳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만유로(약 72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반복 위반 시에는 최대 1년 동안 온라인 활동이 정지될 수 있다.


페라니는 지난 2022년 11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고 어린이 병원에 기부도 하자"며 제과업체 발로코와 손잡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출시했다.


페라니는 자신이 직접 케이크를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페라니의 디자인 라벨이 붙은 케이크는 통상 가격의 배 이상인 개당 9유로(약 1만3000원)에 판매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이 조사한 결과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금이 어린이 병원에 기부된다는 페라니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기부금은 발로코가 케이크 출시 몇 달 전에 어린이 병원에 기부한 5만유로(약 7200만원)에 그쳤다. 실제 케이크 판매금이 기부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반독점 당국은 지난달 페라니에게 107만5000유로(약 15억5000만원), 발로코에 42만유로(약 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라니가 발로코와 짜고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본 것이다.



사진=키아라 페라니 인스타그램 캡처

정작 페라니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홍보하는 조건으로 발로코 측으로부터 100만유로(약 14억4000만원) 이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식지 않자 페라니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러나 사법당국은 그가 상습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밀라노 검찰은 그가 부활절에 선물로 주는 달걀 모양 초콜릿, 자신을 닮은 인형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다.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 사건이 재판에 회부되면 페라니는 사기죄로 1년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사태 초기부터 그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멜로니 총리는 "진짜 본보기는 옷을 입고 가방을 보여주며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가 아니며, 자선이라고 믿게 만드는 값비싼 케이크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지난 22일 TV 토크쇼 '콰르타 레푸블리카'에 출연해선 "개인과 기업이 제품 수익금의 얼마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는지 명확히 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멜로니 총리가 유독 페라니 스캔들에 집착하는 배경을 두고 페라니의 남편인 유명 래퍼 페데즈가 멜로니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멜로니 총리는 이를 부인하며 "좌파가 급하게 페라니를 옹호하는 바람에 이 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됐다"며 "내가 먼저 공격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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