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비자, 신용카드 대금 연체 늘어…성인 절반 "계좌에 67만원도 없다"

4대 은행 지난해 신카 소비 늘어
대급 체납율도 최대 14% 급증
재정 악화 신호…"쓰는 것보다 못 벌어"
같은 기간 예금 잔액도 일제 감소

사진=이미지투데이

미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통한 구매를 늘리면서도 대금을 갚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의 재정적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4일(현지 시간) 지난해 JP모건체이스·웰스파고·뱅크오브아메리카(BofA)·씨티그룹 등 미 4대 은행을 통한 신용카드 소비 금액이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9% 늘어난 1조 2000억 달러(약 1600조 원)을 기록했다. 웰스파고의 신용카드 소비액은 같은 기간 15% 증가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 중 씨티그룹을 제외한 3곳은 모두 신용카드 사용 규모가 2020년부터 계속 불어났다.


그러나 신용카드 대금을 상환하는 속도는 점점 더 느려지고 있다. 지난해 JP모건의 신용카드 미납 잔액 비율은 지난 1년 동안 1852억 달러에서 2112억 달러로 14% 급증했다. 웰스파고의 미납 잔액 역시 같은 기간 463억 달러에서 522억 달러로 13% 가까이 늘었고, BofA와 씨티그룹도 각각 9% 넘게 증가했다.


미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로 더 많은 구매를 하지만 정작 연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생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미 노동 시장의 강세를 지목하며 소비자들이 높은 신용카드 대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WSJ는 “연체율의 증가가 소비자들이 더 높은 청구서를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제레미 바넘 JP모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이 받는 돈보다 더 큰 돈을 소비하고 있다”며 “올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소비자 예금 역시 쪼그라들었다. 웰스파고의 예금은 전년 대비 9% 줄었고, BofA와 씨티그룹이8%, JP모건은 3% 감소했다. CNBC에 따르면 나스닥이 운영하는 고뱅킹레이츠의 지난해 11월 설문(미 성인 1063명 대상) 결과 미 성인의 거의 절반이 저축 계좌에 500달러(약 67만 원) 이하의 금액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산토마시모 웰스파고 CFO는 “소득 및 자산 수준이 더 낮을수록 인플레이션의 누적에 실제로 더 큰 타격을 입는다”며 “이들 가운데 몇몇은 신용카드 사용액을 늘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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