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건설업종 임금 체불액이 49%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의 여파로 건설업종 체불액은 2022년 2925억원에서 지난해 4363억원으로 49.2% 증가했다.
특히 최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공사 현장에서도 하청 노동자 임금체불 우려 등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 15일부터 태영건설의 전국 모든 시공 현장 105곳과 민간건설현장 500곳에 대해 임금체불 예방과 청산을 위한 일제 점검을 벌이고 있다.
건설업 체불 증가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며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3000만원으로, 전년도(1조3472억원)보다 32.5% 급증했다.
지난해 체불 피해 근로자는 27만5432명에 달한다. 2022년엔 23만8000명 수준이었다.
건설업 외에 제조업의 작년 체불액은 5436억원으로, 역시 전년(4554억원) 대비 19.4% 늘었다. 이밖에 도소매·음식·숙박업 2269억원, 금융·부동산서비스업 1997억원, 운수창고통신업 1578억원, 기타 2203억원 등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상습 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상습 체불 사업자의 정부 지원 등을 제한하고 공공입찰 시 불이익을 주며 신용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계는 정부를 향해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체불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임금체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노동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허울뿐인 대책으로는 임금체불을 청산하고 더 나아가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에 지속적인 지도·감독과 더불어 △반의사 불벌죄 폐지 △악덕 사업주에 대한 이행강제금 제도 도입 △임금채권 소멸시효 연장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 강화 △징벌적 배상제 마련 △각종 정부 지원 제한 등 제도 보완과 개선에도 힘쓸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정부의 '노사법치'가 노동자의 임금 앞에서만 무력하다"고 꼬집으며 "정부는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과 법·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