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찍은 불륜녀와 성관계 ‘몰카 영상’을 재촬영한 뒤 이를 빌미로 상대 여성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가 재판에 넘겨진 40대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가 된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하고 돈을 갈취하려 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를 받는 중국인 30대 남편 B(38)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아내 A씨는 2022년 2월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고소인 C씨와 남편의 성관계 영상을 발견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재촬영한 뒤 같은 해 7월 C씨에게 “네 남편과 아이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겠다”, “내일 너희 집 찾아갈게”와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 B씨는 앞서 그해 1월 오전 경기 수원시 호텔에서 C씨와 성관계하면서 상대방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편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남편 B씨는 아내 A씨와 수년간 친하게 지낸 지인 C씨와 아내가 임신 중일 때 바람을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재판은 피고인 측의 신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재판부는 당일 법정을 찾은 배심원 후보자 33명 가운데 무작위 추첨과 검사와 변호인 측의 기피 신청 절차를 거쳐 정식 배심원 7명을 확정했다.
A씨의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통상 간통을 저지른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협박하는 사례가 있다”며 “C씨가 이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가 맞는지 살펴봐 달라”며 국민참여재판 신청 취지를 밝혔다.
A씨 측은 피해자(C씨)가 불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이 만나 동영상을 보자고 한 것이며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일시적인 분노 표출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배심원들에게 유죄를 평결해 달라고 요청한 뒤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언니·동생 사이이던 피고인이 임신 중에 그 남편과 소위 말하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것은 맞다”면서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해 돈을 뜯어내면 안 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배심원단에 호소했다.
당일 재판에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출석해 “제가 C씨를 처음 봤을 때 (동영상 협박으로)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겁에 질려 자해하려 했다”며 “피고인들이 법률혼 관계인지 몰랐고 B씨와 만난 부분은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심원단 7명은 A씨에 대해 무죄를, B씨에 대해 유죄로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B씨에 대한 양형 의견으로는 1명이 징역 2년, 5명이 징역 1년, 1명이 징역 10개월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판단을 존중해 최종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