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노동·연금·교육과 함께 연구개발(R&D) 분야도 적극적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합니다.”
박상욱(52) 초대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중책을 맡아 어깨가 대단히 무겁다”고 운을 뗀 뒤 “‘R&D다운 R&D’를 추구하는 차원의 R&D 예산 삭감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연정 당사자들과 합심해 우리나라의 R&D 생태계를 선도형·강대국형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윤석열 정부의 기존 노동·연금·교육 구조 개혁 과제처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수석은 서울대 화학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서섹스대에서도 과학기술 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과학학과 교수인 그는 과학기술계에서 대표적 과기 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박 수석은 앞으로 R&D 정책, 디지털, 바이오·메디컬, 미래 전략기술 등 4명의 비서관을 두고 미래 명운을 좌우할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서게 된다. 그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경제·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혁신 없이는 경제성장, 안보, 삶의 질, 미래 지속 가능성 등 어느 것도 담보할 수 없다”며 “역동적인 R&D 환경 조성과 국가전략기술·첨단산업 고도화에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7%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산학연정과 공조해 R&D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확보하고 첨단산업을 키우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에서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배터리, AI,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전, 첨단로봇·제조, 차세대 통신, 사이버 보안, 수소 등 12대 분야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박 수석은 “연구 현장의 과학기술인, 여러 유관 부처와 적극 소통하고 조율하겠다”며 “과학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과학 대통령으로 남도록 성심껏 보좌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올해 R&D 예산이 26조 5000억 원으로 14.7% 삭감돼 대학·정부출연연구원·벤처기업 연구 현장의 사기가 크게 꺾인 상황에서 고질병인 부처 간 장벽을 타파하고 공조 체제를 구축해 선도 국가의 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과 출연연 연구 현장의 자율성·창의성 확대와 선도 연구 장려, 출연연의 기타 공공기관 해제, 전략적인 국제 R&D 추진, 행정 규제 타파와 연구비 탄력 운용, R&D 심사 상피제 폐지, 이공계 분야 위축 타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박 수석은 R&D 시스템에 대한 쇄신 의지를 갖췄다”며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과 R&D 투자 대상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제반 정책을 조성하고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