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단 2마리 남은 '북부흰코뿔소'…'멸종위기' 막을 길 열렸다

지구상에 단 두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는 케냐 올 페제타 보호구역에 서식하고 있다. 사진=바이오레스큐 인스타그램 캡처

지구상에 단 두 마리만 남아 멸종 문턱에 놓인 북부흰코뿔소의 개체를 체외수정으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냉동보존해 둔 인공 배아를 사촌격인 남부흰코뿔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북부흰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한 국제 사업인 '바이오레스큐'(BioRescue)의 과학자들은 최근 남부흰코뿔소의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남부흰코뿔소는 북부흰코뿔소와 사촌 관계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던 북부흰코뿔소는 코뿔소 뿔을 노린 무분별한 수렵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 모녀 관계인 암컷 단 두 마리만 살아 있다.


2018년 마지막 남은 수컷인 '수단'이 고령으로 사망하면서 사실상 멸종 문턱에 놓이게 되자 바이오레스큐 연구팀은 2019년부터 수단에게서 채취한 정자와 암컷 코뿔소의 난자를 체외수정해 인공 배아 30여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현재 냉동보존 중인 이 배아를 실제로 살아있는 암컷에게 이식하는 것은 망설여왔다.


수컷 북부흰코뿔소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냉동보존해 둔 배아를 함부로 이식했다가 임신에 실패하면 새로운 배아를 더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오레스큐팀은 북부흰코뿔소와 유전적으로 유사하면서 수천마리 가량 보존되어 있는 남부흰코뿔소의 배아로 먼저 실험에 나섰으며 약 13번의 시도 끝에 암컷 남부흰코뿔소 '쿠라'에게 배아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과 말, 소 등의 가축을 제외한 다른 동물의 체외수정은 과학적으로 거의 연구되지 않은 분야로, 코뿔소의 체외수정 임신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70여일간 임신 상태로 지냈던 쿠라가 최근 흙 속에 사는 치명적인 세균인 클로스트리듐 감염으로 사망하면서 이번 시도는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라의 시신을 부검한 연구팀은 뱃속에 있던 6.5㎝ 크기의 새끼 코뿔소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던 중이었으며 95%의 확률로 살아서 태어날 가능성이 있었음을 밝혀내며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냈다.


바이오레스큐 연구팀을 이끄는 토마스 힐데브란트는 텔레그래프에 "비록 이번 성과가 쿠라와 그의 새끼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확인되긴 했지만, 이번에 증명해낸 가능성이 북부흰코뿔소의 생존을 위한 흐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수개월 내 북부흰코뿔소의 배아로도 체외수정 이식을 시도할 예정이다.


북부흰코뿔소종의 완전한 복원까지는 아직 여러 난관이 남아있다.


우선 현재 살아남은 암컷 북부흰코뿔소인 나진(Najin)과 그의 딸 파투(Fatu)는 각각 34살과 22살로 임신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이에 과학자들은 북부흰코뿔소의 배아를 또 다른 남부흰코뿔소 대리모에게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종족 간의 체외수정 임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일이지만, 연구팀은 북부와 남부흰코뿔소 간에 유전적 유사성이 높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 있다.


한편 체외수정한 북부흰코뿔소 새끼가 무사히 잘 태어난다 하더라도 자연 번식을 할 수 있을 만큼 개체 수와 다양성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현재 보존 중인 북부흰코뿔소의 배아가 모두 고작 1~2 마리의 북부흰코뿔소로부터 채취한 정자와 난자로 만든 것인 만큼 이들이 모두 태어나더라도 종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과학자들은 다른 북부흰코뿔소의 피부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통해 정자와 난자를 생성하기 위한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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