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준금리 4.5%로 동결…라가르드 “인하 논의 시기상조”

3차례 연속 동결…금리 4.5%
라가르드 총재 "디스인플레이션 상황"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열린 ECB 집행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2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9%로 목표치보다 높았으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상승하되 속도가 둔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ECB는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0%,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0%, 연 4.75%로 동결했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모두 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ECB는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에너지 관련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물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지금까지 금리인상이 자금조달 여건에 계속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기존 평가가 지표들로 대체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와 같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쇼크와 공급망 병목현상,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의 영향이 감소하고 통화긴축이 부담을 주면서 올해 인플레이션은 더욱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연속 하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1월 2.4%에서 12월 2.9%로 반등했다. 이에 대해 라가르드 총재는 “반등세가 예상보다 약했다”며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전반적인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과 운임 상승, 임금 인상 등은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3월 또는 4월 ECB가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데 베팅하고 있으나 통화당국 입장에서 올해 1분기 임금통계가 나오는 5월 이전에 금리를 섣불리 내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ECB는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확장한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 하반기부터 만기채권 재투자를 월 평균 75억유로(약 10조9000억원)씩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올 연말에는 원금 재투자를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부터 양적완화 수단으로 운용해온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의 만기채권 재투자는 지난해 7월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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