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발로 의사들 짓밟나” 복지부 해명에도 '전공의 사찰' 논란 일파만파

보건복지부, 공문 통해 전공의협의회 대표 신상 등 요구
전공의 86% 단체행동 가능성 발표 직후라 논란 키워

이필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참석자들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화발로 밟으면 밟히는 나약한 의사들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대못만 박아대는 얼치기 보건의료행정에 신물이 난다.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이끌고 있는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이 전일(25일) 배포한 입장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최근 전국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구한 데서 촉발된 '사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대 증원에 반해 단체행동 가능성을 거론한 다음날 공문발송이 이뤄진 점이 의료계 반발을 키우는 모양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2020년 전공의 투쟁이 벌어졌을 때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병원의 필수기능은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유지했다"며 "전공의 빈자리를 교수와 전임의들이 메워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전공의들을 압박할 목적으로 전공의들을 고발조치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외과, 내과, 신경외과 등 기피과로 전락한 소위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들이 주로 고발을 당했고, 이를 지켜보던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은 큰 충격을 받으면서 지금의 의사 인력난을 부추겼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임 대표는 “정부가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면서 오히려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는 필수의료 과목 젊은 의사들을 고발함으로써 기피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강화시키는 일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을 공권력으로 억누르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반발과 투쟁만 불러올 뿐이다. 민간 사찰하듯 젊은 의사들을 함부로 겁박한다면 선배 의사들이 기꺼이 지사가 돼 후배들을 보호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복지부가 지난 23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전국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전공의협의회 구성 여부를 묻고 대표 연락처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다. 전일(22일) 대전협은 55개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해 공개했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1가량(4200여 명)의 전공의가 참여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시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당 설문은 대전협이 공식 진행한 것은 아니나, 참여기관의 절반가량인 27곳이 500병상 이상 규모로, 서울 '빅5' 병원도 2곳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공문 발송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로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 용인할 수 없으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전공의 사찰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전공의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에도 요청했던 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도 복지부는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이 예상되자 수평위를 통해 복무상황 등을 점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구체화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의료계와 반목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의료계를 압박하면 오히려 파업에 기름을 부을 뿐"이라며 “의대 증원을 비롯한 필수의료 해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채 본질만 흐려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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