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과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중국의 경제 규모 격차가 지난해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는 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 시간) 세계은행(WB) 집계를 인용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GDP의 비율이 지난해 기준 65.0%로 전년보다 4.7%포인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명목 GDP는 지난해 전년 대비 6.3% 증가한 반면 중국은 4.6% 증가에 그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GDP 규모는 2021년 미국의 75.2% 수준까지 커졌으나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큰 폭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지지부진한 경기회복의 영향이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명목 GDP 기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양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몇 년 안에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은 설 자리를 잃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강한 성과와 대비되는 중국 경제의 장·단기 역풍을 고려하면 중국 GDP가 언젠가 미국을 추월하리라는 예측이 이전보다 훨씬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양국 간 GDP 격차는 지난해 초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양상이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1년 전만 해도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대폭 올린 영향으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에서 벗어난 뒤 완연한 경기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해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은 인플레이션 발생 없이도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도록 생산성이 회복되는 과정에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이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사회 전반에서 독단적·권위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 취약점이 부각됐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