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국 경쟁에서 중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조정 없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3%로, 중국의 4.6%를 앞질렀다.
미국 경제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에는 물가 상승이 일부 반영돼 있지만 함의는 더 크다. 중국과 비교해 경제적으로 더 나은 위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은 작년 3분기 인플레이션 영향을 배제한 실질 GDP 성장률 4.9%(연율)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전망치 2.0%를 넘는 3.3%를 올렸다.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으며, 리세션(경기 침체) 우려는 사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부문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놀라운 운명의 전환"이라며 "중국 경제가 장·단기적 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강한 호조로 중국 GDP가 언젠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은 덜 분명해졌다"고 짚었다.
조시 립스키 전 IMF 고문도 "중국이 GD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된다는 모든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렸고, 무기한은 아니더라도 연기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와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 시장 환율로 환산한 중국의 GDP는 2021년 미국의 75.2% 수준까지 올랐다가 2022년 69.7%, 2023년 65%로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 같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적표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 증시는 이번 주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1년 정점 이후 6조달러(약 8016조원)가 증발한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당초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단기간에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경제는 리세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에 중국 경제는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해제하고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들어감에 따라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정반대로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약 25년 만에 가장 긴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한때 성장 동력이던 수출 또한 지난해 감소했고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있으며, 지방 정부는 눈덩이처럼 쌓인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목표치에 부합하는 5.2% 성장을 이뤄냈다고 밝혔지만,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립스키 전 고문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깊고 구조적이며 개혁할 능력에 따라 10년 동안 지속될 중국의 많은 약점을 감췄다"고 지적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아담 포센 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특히 팬데믹 기간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 근본적인 경제적 약점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아 고금리가 더 오래가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구직 시장 또한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