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집에 감금한 채 수차례 성폭행하고 이발기(바리캉)로 머리카락을 미는 등 가혹 행위를 해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 판결 직전 법원에 억대 공탁금을 걸었다. 피해자 측은 감형을 노린 '기습공탁'이라며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다고 재판부에 입장을 밝혔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는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른바 '바리캉 폭행 사건' 가해자 A씨(26)의 선고기일을 오는 30일로 연기했다. A씨가 1심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1억5000만원을 형사공탁하며 재판부가 심리 기일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로,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아도 통상 합의금보다 큰 액수가 공탁된 경우 재판부는 감형참작 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인 측은 이에 대해 “감형을 노린 기습공탁”이라며 수령의사가 없다는 ‘공탁금 회수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피해자는 동의서에서 “공탁자(A씨)는 본인 형량을 감경하기 위해 피공탁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형사공탁을 진행했다”면서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게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A씨와 피해자는 지난 2022년 2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7~11일 구리시 갈매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B씨를 감금한 뒤 수차례 강간하고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심지어 A씨는 피해자의 얼굴에 소변을 누고 침을 뱉었다. 또한 A씨는 피해자의 몸을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도 적용됐다. 또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전부 바리캉으로 밀어버린 A씨는 “도망가면 영상을 유포하겠다”, “어떻게든 너를 찾아서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는 협박을 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검찰 수사를 거쳐 지난해 8월 4일 구속 기소된 A씨 측은 “폭행 등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이나 감금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