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턱 쏜 '반도체 대감집'에 쏠리는 직장인 이목…"혹시 우리도?" [줌컴퍼니]

SK하이닉스, 직원들에 670억 자사주 지급
삼성전자도 특별 격려금 지급 검토
'대감집' 파격 행보에…확산 기대감도 커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 전날인 8일(현지시간) 열린 SK하이닉스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반도체의 봄’과 함께 SK하이닉스(000660)가 직원들 기 살리기에 나섰다. 삼성전자(005930) 또한 본격적인 업턴 전환에 대비해 격려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회복하는 반도체 시장 상황에 대비해 애사심을 고취하고 첨단 기술 경쟁에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는 해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5일 공시를 통해 72억 원 규모의 보통주 47만 7390주를 처분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지급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회사는 같은 날 사내 공지를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끈 구성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회사가 공시를 통해 밝힌 1인당 자사주 지급 규모는 약 211만 원 상당이다.


격려금은 29일, 자사주는 추후 필요한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말 지급될 예정이다.


같은 날 공개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영업이익(4분기 3460억 원)이 공개되긴 했지만 이 같은 회사의 결정은 임직원들도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이라는 반응이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노조를 통해 특별 격려금 지급을 요구하긴 했지만 회사가 주식까지 처분하며 선물을 줄 줄은 몰랐다”며 반색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자사주 지급 결정에 대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구성원들에게 미래 기업가치 제고를 향한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밝힌 ‘3년 내 기업가치 200조 원 달성’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별개로 생산성격려금(PI)도 26일 지급될 예정이다. PI는 반기별로 회사 목표 생산량에 도달했을 때 지급하는 인센티브로 이번 지급액은 기본급의 50%다. 회사는 최근 영업이익률 수준에 따라 PI를 차등 지급하기로 기준을 개선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과감한 결정을 두고 ‘반도체 1등’ 삼성전자 직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아직 적자 탈출을 하지는 못했지만 선명한 반도체 업황 개선 분위기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안해 격려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25일 “경쟁사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격려금을 지급하는데 우리는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경계현 반도체(DS) 부문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노조 또한 임금교섭을 통해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월 기본급의 최대 200% 지급을 건의하고 회사 측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사업부문별로 성과급 차이가 커지자 전체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월 기본급의 최대 200%를 ‘위기 극복 특별 격려금’으로 제공한 바 있다.


얼어붙은 경영 환경 속에 지갑 사정이 궁색해진 다른 직장인들도 ‘대감집’ 직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최고의 입지와 보상을 갖춘 두 회사가 이른바 ‘대감집’으로 통하고 있다. 대기업 복지 문화를 선도하는 두 회사의 방향에 따라 다른 회사들도 사기 진작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아직 확연한 시장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영 책임자인 임원들에 대해서는 임금 동결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면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들은 17일 지난해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또한 ‘확실하게 연속 흑자 전환을 달성할 때’까지 임원에 대한 연봉 등 처우 결정을 회사가 하기로 했다. 이번 자사주·격려금 지급에서도 임원은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첨단 제품을 중심으로 업황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만큼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지난 호황기 때처럼 글로벌 선두 업체들 간 경쟁사 직원 스카우트 바람이 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직원 챙기기가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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