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일우(36)가 뇌동맥류 투병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지난 21일 오후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과거 20대 후반 뇌동맥류 질환으로 투병한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게 20대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하면 (뇌동맥류로) 몸이 아팠던 것”이라며 “그런 시간들을 겪다 보니까 정말 하루하루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27살이던 지난 2013년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뇌동맥류가 있는 걸 알고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 판정 받았을 때 시한폭탄 같은 병이라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해서 몇 달 동안 집 밖에도 안 나갔다”며 “지금도 6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의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의미한다. 부풀어 오른 뇌혈관이 꽈리를 형성하고 뇌혈류가 유입되다보면 점점 커지다가 파열될 수 있다.
이는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구불구불한 뇌혈관 형태 중 벽이 얇은 부분에 혈압이 가해지면서 뇌동맥류가 생긴다. 통상 파열되기 직전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오르기 쉬운데 이때 약해진 뇌혈관이 파열되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혈관이 분지하는 부위에 병변이 발생하다보니 학계에서는 혈류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하는 과정에서 혈관벽이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것으로 추측한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뇌출혈이 발생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에 따라 파열 환자의 15~50%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초기 출혈 후 재출혈을 하는 경우에는 80%에 달하게 된다. 생존해도 시야 손상이나 감각 이상 등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환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간혹 사시, 복시(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또는 갑작스런 시력저하와 같은 뇌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드문 편이다. 대개 건강검진에서 발견된다. 뇌동맥류 발생빈도는 전체 인구의 1~5%로 보고마다 조금씩 다르다. 분명한 건 최근 뇌동맥류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9만8166명에서 2022년 16만5194명으로 68%나 증가했다. 그 중 30~40대는 1만 3225명으로 집계됐다. 뇌출혈 환자 10명 중 1명은 30~40대인 셈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뇌동맥류가 파열되며 뇌출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학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초고령 사회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뇌동맥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건강검진 등으로 뇌동맥류가 발견됐다면 위치, 모양, 크기, 환자의 혈관 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크기가 크지 않다면 정기 검진으로 경과를 관찰하면 된다.
△뇌동맥류의 크기가 3㎜ 이상으로 큰 경우 △울퉁불퉁한 모양 △뇌동맥류가 잘 터지는 위치에 생겼을 때는 파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된 후에는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만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고 교수는 “생전 처음 겪는 머리가 깨질듯한 극심한 통증, 구역과 구토,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경련, 발작, 마비와 언어장애 등이 나타난다면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을 의심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들은 이때의 두통을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극심한 두통으로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두통이 심하지 않더라도 한쪽 팔다리 마비와 의식 저하가 동반된다면 이때도 뇌출혈을 의심해야 한다.
뇌출혈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뇌에 가해지는 압력과 출혈 자체로 뇌 손상과 뇌부종 등이 나타나므로 최대한 빠르게 응급실에 가는 게 장애를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술 방법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로 뇌혈관으로 삽입한 뒤 뇌동맥류를 코일로 틀어막는 코일색전술(혈관내수술)과, 머리뼈를 절개해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뇌동맥류를 클립으로 묶어주는 클립결찰술(개두술) 두 가지가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선택하면 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의료기술의 발전 덕분에 코일색전술을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게 돼 많이 활용된다. 또 클립결찰술도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적절한 수술을 받은 후에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는 뇌출혈로 인한 뇌 손상의 회복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수술 이후에는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지속해서 관찰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지주막하 출혈은 예후가 매우 불량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뇌동맥류는 2~3%의 유병률을 보이며 연간 파열 위험성은 1~2%로 나타난다. 그러나 뇌동맥류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은 치료 후에도 심각한 장애와 높은 사망률을 보이기 때문에 신경외과에서는 이를 가장 긴급하게 대응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로 간주한다. 지주막하 출혈 발생 시 재출혈을 막는 것과 이미 진행된 뇌출혈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안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치료가 이뤄진다.
뇌동맥류는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인한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히 발견된 뇌동맥류는 모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뇌동맥류의 파열 위험성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뇌동맥류와 같은 뇌혈관질환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뇌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인 CTA(혈관조영 CT), MRI(자기공명영상),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를 통해 터지기 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다. MRA 검사로 뇌동맥류의 95%를 잡아낼 수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뇌혈관 조영술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앓고 있거나 비만하다면 혈당과 혈압, 체중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담배는 발병 및 파열의 위험을 높이므로 끊는 편이 좋다.
성별로는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3배 가량 높다. 즉 40~60대 여성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꼽을 수 있다. 만약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이 있거나 뇌동맥류, 뇌출혈 등의 가족력이 있다면 30대도 정기검진을 받아 뇌동맥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