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비준한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추가 판매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튀르키예에 대한 230억 달러(약 30조7000억 원) 상당의 F-16 전투기 판매안을 승인했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미 의회에 발송했다. 구체적으로는 튀르키예에 F-16 40대를 추가로 판매하고, 튀르키예 공군이 운용 중인 F-16 79기를 위한 현대화 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이와 함께 튀르키예와 에게해 영유권 등을 놓고 오랜 갈등을 빚어온 그리스에 86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상당의 F-35 스텔스 전투기와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방안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이견이 있을 시 국무부의 공식 통지로부터 15일 이내에 반대 입장을 밝히게 되지만 이번 판매안이 원안대로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벤 카딘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장기간 보류돼 온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안을 승인할 것이란 의향을 밝혔다. 카딘 위원장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중요한 투표를 진행한 튀르키예 의회와 이에 서명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의 F-16 구매 요청에 대한 내 승인은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는지에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며서도 "다만, 분명히 말하건대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게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미국-튀르키예 관계에 '새 장'이 열리고 나토가 더욱 확대돼 동맹국들과 힘을 모아 러시아에 맞설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의회는 이달 24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고 비준안은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관보에 게재됐다.
앞서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 미국에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 규모의 F-16 전투기 추가판매 및 기존 보유기의 현대화를 위한 키트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 의회가 튀르키예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에 나서면서 차질을 빚었다.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안보위협을 느낀 북유럽 국가 스웨덴과 핀란드가 '군사 중립'을 폐기하고 미국 주도 군사동맹인 나토 가입을 신청했으나 튀르키예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튀르키예에서 테러단체로 간주되는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가와 글로벌 매체들은 튀르키예가 F-16 추가도입 성사, 자국의 EU 가입을 위한 외교적 지원 등을 나토 확장과 연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핀란드에 대해선 작년 3월 나토 가입 동의안을 비준했지만, 스웨덴에 대해선 이달 24일에야 비준안을 의결했다. 전날 튀르키예 의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자 미 백악관은 즉각 미 의회에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추가 판매와 기존 보유기 현대화 지원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