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법 보조금 3월 풀린다… 삼성·인텔·TSMC 수혜 기대

지급 않던 '530억 달러' 보조금
美 대선 정치적 이슈…3월 지급

미국 정부가 집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지원금 수십억 달러를 1분기 내로 지급할 전망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국면을 맞아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보조금을 풀 것이라는 분석이다. 칩스법 최대 수혜 대상으로 꼽히는 인텔은 물론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IEDM 2023 기조연설에서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IEDM 2023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근시일 내로 반도체 보조금 공고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칩스법의 일환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무기용 반도체 등에 보조금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했다.


발표 시점은 3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은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하는 와중 바이든 대통령이 3월 7일로 예정된 국정연설에서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고자 할 것”이라며 이를 전후해 보조금 지급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미 상무부가 3월 말까지 주요 반도체 보조금을 발표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법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에 대비하고 동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다시 미국에 복귀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립에 총 530억 달러(약 71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2곳에 불과하고 금액도 소액이었다. 이에 칩스법을 믿고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회사들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 2300억 달러(약 308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대부분 정부 지원을 명시적인 조건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 인근 테일러에 173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를 짓고 있으나 아직 칩스법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에 당초 올해 말이 목표이던 생산 시작 시점이 2025년으로 밀렸다. 타 파운드리의 상황도 비슷하다. 피닉스 인근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2곳을 건설 중인 TSMC도 가동 시기를 미뤘다. 파운드리 복귀를 천명한 인텔 또한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 등지에 총 435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보조금은 받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는 약속됐던 보조금이 드디어 풀리는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건설에 차질을 빚어 생산 시점이 연기된 삼성전자와 TSMC 파운드리 가동시점도 다시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선적으로 수혜를 입을 기업은 미국 회사인 인텔이 될 전망이다. 보조금 지급이 ‘정치적 사안’인 만큼 대선 격전지부터 자금이 풀릴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투자한)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는 선거에서 중량이 상당한 지역”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애리조나에서 단 1만 표 차이로 승리했고 제조업은 오하이오 상원 선거의 중심 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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