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논란 사과해야" 56%…총선 뇌관된 '김건희 리스크'

■서울경제·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TK·70대 이상 빼면 '사과' 압도적
중도층, 김여사 논란 등돌리는 모습
한달 넘는 잠행에도 최대악재 꼽혀
"쌍특검법 재의결해야"도 65% 달해
尹 앞선 與 지지율…목소리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은 절반을 훌쩍 넘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포함된 ‘쌍특검(김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 법안에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65%에 달했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여권의 총선 승패에 최대 변수로 떠오른 형국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응답은 56%로 나타났다. 반면 ‘그럴 필요 없다’는 사과 반대 여론은 37%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사과해야’ 41%, ‘사과 필요 없다’ 53%)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40대(69%)와 50대(63%)에서는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60%를 크게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도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만 오차 범위 이내지만 김 여사가 ‘사과할 필요 없다’는 응답이 50%(‘사과해야’ 47%)로 높았다. 대전·세종·충청에서는 사과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각각 47%로 팽팽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등 쌍특검 법안을 둘러싼 찬반 여론도 여권의 부담감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로 다시 공이 돌아온 쌍특검 법안의 재의결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5%(매우 동의 52%, 어느 정도 동의 13%)로 ‘동의하지 않는다(29%)’는 답변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 쌍특검 법안 또한 70대 이상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48%로 ‘동의한다(37%)’는 응답보다 많았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TK를 포함해 전국 모든 곳에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스윙보터’로 주목받는 중도층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비토 여론이 두드러졌다. 본인이 중도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5%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쌍특검 법안에 대해서도 재의결해야 한다는 응답이 68%(‘매우 동의’ 53%, ‘어느 정도 동의’ 15%)로 재의결 반대(26%) 여론을 가볍게 추월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에 부정적 여론이 높게 나타나면서 설을 앞둔 정국 상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이날까지 40일 넘게 잠행을 이어가며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 주도권을 둘러싼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될 수 있다. 당정은 이미 한 차례 ‘김 여사 사과’와 ‘사천(私薦) 논란’ 등으로 충돌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갈등을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임시 봉합에 그친 수준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필두로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38%)가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34%)보다 높게 나타난 만큼 공천 등에서 한 비대위원장 등 여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검토 중인 신년 방송 대담 등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면 공천 일정이 본격화할수록 여당과 대통령실 간 전선이 재형성될 뿐 아니라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고리로 한 공세의 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해외 언론에서 다룬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관련 기사들을 소개한 뒤 “대한민국의 국격이 끝없이 추락 중”이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시라”고 대통령 내외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경제·한국갤럽의 5차 정기 여론조사는 25~2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5.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4당이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김건희, 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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