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 이어 유럽 6개국이 전장이 된 가자지구에서 난민을 돕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UNRWA의 일부 직원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 시간)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등 6개국이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해당 기구를 통한 가자 난민 지원을 끊은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에 이어 9개국으로 늘어났다. 미 국무부는 UNRWA 직원들이 하마스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극도로 우려한다”며 이같은 조처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하마스와 연관된 모든 직원을 처벌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에 기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줄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개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적어도 UNRWA의 활동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여를 멈춘 정부들에게 (지원 재개를)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관련 조사에 착수한 유엔에 따르면 하마스에 연루된 12명 중 9명은 해고됐고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나머지 2명은 신원을 확인 중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테러 행위에 연루된 모든 유엔 직원에 대해 형사 기소를 포함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무국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개인을 기소할 권한이 있는 당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페 라차리니 UNRWA 대표 역시 “20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의 생존이 기구에 의존하고있다”며 “가자지구의 난민들이 이런 추가적인 집단적 처벌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지원 재개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더 많은 국가가 해당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UNRWA는 가자지구 내 무장단체들과 관련이 있다”며 “전쟁 후 평화와 개발에 진정으로 헌신하는 기구로 대체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UNRWA는 1948년 전쟁 난민 구호를 위해 설립됐으며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최대 유엔 기구다.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에서만 1만 3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외에도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보건과 교육 등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