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10명 중 7명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할 때를 대비해 노인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비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의존이 큰 반면 민간 보험사의 간병보험 등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보험 가입 여력이 없어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연구원은 28일 전국 성인(19~69세) 남녀 1900명을 대상으로 ‘노인 간병에 대한 인식과 주관적 대비 정도’에 관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인의 노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응답자의 72.8%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노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정작 이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7.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7명 정도가 나이가 들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염려하면서도 정작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83세까지는 생존할 것으로 전망했고 고령이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렵게 될 시기는 77세 정도일 것으로 응답했다. 이에 따라 노인 간병 필요 기간을 평균 6년 정도로 예상했다.
만약 노인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요양시설보다는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의 집에서 지내면서 방문 목욕 등의 ‘재가 서비스’를 원하는 응답자는 45.6%였고 요양시설에서 보살핌을 받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35.6%였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가족의 도움을 받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0명 중 2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한 대비 방법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선택한 경우가 59.6%(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 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어 간병비 마련을 위해 저축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41.2%를 차지했으며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에 가입한 응답자는 19.5%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 중 자신이 피보험자로 간병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14.4%에 불과했다. 민간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치매보험이나 간병보험을 잘 모르는 경우(38.7%)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소득이 부족해 보험 가입 여력이 없어서(33.9%)라고 답하거나 보장 범위와 금액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31.5%)이라고 답하는 등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미 가족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고 답한 사람도 6.7%나 됐다. 가족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 응답자의 대부분(91.4%)은 향후 가족 간병 부담 증가에 대해 염려한다고 답변했다. 간병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한 경우가 76.4%였으며 병세가 심각해져 자신이 직접 간병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68.5%를 차지했다. 아울러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0년 안에 가족 간병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도 31.5%나 됐다. 10명 중 4명 정도가 부모 등 가족에 대한 간병이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역시 가족 간병에 대해서는 염려하고 있지만(77.4%), 위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노인 간병을 염려하는 만큼 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간병 서비스의 품질과 비용, 장기요양보험의 보장 내용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