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수출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그쳤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경기 둔화로 전체 수입은 전년보다 5.5% 줄어들었으나 대(對)한국 수입은 18.7%나 급감했다. 대만(15.4%)·미국(6.8%)·일본(12.9%) 등 다른 나라보다 감소율이 더 크다. 중국의 수입국 순위에서도 한국은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2013~2019년만 하더라도 한국은 7년 연속 ‘최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끝났다지만 중국이 연간 5%만 성장해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만한 시장이 새로 생겨난다. 물론 미중 무역 갈등과 신냉전, 공급망 재편 등의 리스크를 감안해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야 한다. 문제는 자발적인 의지보다는 중국 제조업의 약진에 막혀 한국산 제품이 반강제적으로 퇴출되는 부분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대중국 수출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는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 하락은 중국 시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등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글로벌 수출 시장점유율은 2018년 2위에서 지난해 5위로 밀렸다.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여야 정쟁과 내부 공천 싸움에만 몰두한 채 경제 살리기 법안을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30조 원 규모의 폴란드 무기 수출 계약에 필요한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대형 방산업체 특혜”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억지 주장에 밀려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경쟁국이 첨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총력전을 기울이는 것과 대비된다. 우리가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여야 정치권과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투자·연구개발(R&D) 세제 지원,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기업들의 혁신과 초격차 기술 개발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투자 확대로 화답하고 수출 품목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통해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