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 플랫폼 규제 제외?…업계는 '우려' 소상공인은 '반발'

외국계 기업 쿠팡·배민 제외 가능성에
"국내 기업 부담만 가중" 우려 더 커져
소상공인은 더 강도 높은 규제 요구 ↑

배달기사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 법)’에 대한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사실상 외국 기업으로 분류되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약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법 규제 대상) 지정 여부 등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현재 관계부처들 간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쿠팡과 배민이 플랫폼 법 규제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플랫폼 법의 골자는 일부 대형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끼워팔기·자사우대 등의 반칙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다.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사전 지정 대상으로 어느 기업이 포함될지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공정위의 발표에도 플랫폼 법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되는 IT업계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혼란은 여전한 분위기다. 먼저 IT업계에서는 플랫폼 법이 해외 기업에 비해 조사가 쉬운 국내 기업의 부담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 규제 대상을 정할 기준이 되는 매출액,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분석할 때 해외가 서버에 있는 외국계 기업을 국내 기업만큼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국내 기업만 더 촘촘한 감시망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특히 쿠팡은 모기업 본사가 미국에 있고, 배민은 대주주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라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기업이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이 같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소상공인은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쿠팡과 배민의 수수료 등으로 부담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이 많은데, 이들을 제외하면 규제 효과가 반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송희 부산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상생을 외면하고 높은 수수료로 소상공인을 힘들게 하는 플랫폼들이 제외된다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형 포털은 수년째 부산 각 구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골목상권 침투에만 혈안이 된 플랫폼들로 인해 '동백통' 등 지방자치단체 플랫폼이 무력화되기도 했다”며 “최근 초저가 공세로 소상공인 생계를 위협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법을 둘러싼 이런 논란은 결국 공정위의 ‘깜깜이 졸속 입법’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위는 지난달 19일 플랫폼 법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여전히 법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전히 관계부처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법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에게도 논의 상황이 공유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여론 수렴, 공청회, 토론회 등을 거치고, 이걸 순차적으로 공개해서 진행했다면 이렇게까지 우려가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며 “정부 내에서도 법에 대한 의사결정이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돼 갑자기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법에 영향을 받을 플랫폼 업계 종사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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