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마현 당국이 20년 전 세워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29일 철거하기로 했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 '군마의 숲'에 설치했다.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의 모임' 등 시민단체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마현은 이날 철거 작업을 개시해 내달 11일까지 끝마칠 계획이다.
군마현은 행정 대집행으로 철거를 마친 뒤 약 3000만엔(약 2억7000만원)의 비용도 추후 청구할 방침이라고 시민단체에 통보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혀 있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일본 우익 세력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다. 군마현은 이에 추도비 설치 허가를 내주면서 '정치적 행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는데, 시민단체가 그 조건을 어겼다고 보고 2014년 연장 설치를 불허했다.
이후 군마현의 처분이 적법한지에 대한 재판도 이어졌지만 2022년 6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군마현의 승소가 확정됐다.
군마현은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군마현은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에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철거 개시 하루 전인 전날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명이 현장에 모여 철거에 반대하며 헌화했다.
현장 주변에는 극우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10여명이 철거를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비의 목적이 한일과 북일 우호라며 "(시민단체 측이) 위반 행위를 반복해 존재 자체가 정치적인 논쟁 대상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후지이 마사키 군마대 교수는 "비가 철거되면 결과적으로 역사 수정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조선인 추도 시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다른 현에서도 있어서 철거가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이 교수는 "지사는 운영자의 규칙 위반과 '설치 불허가는 적법'이라는 사법부 판단을 들고 있지만 고등법원은 철거까지는 요구하고 있지 않다. 대응은 현의 재량의 문제"라며 "비 앞에서 추도식이 10년 이상 열리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민의를 근거로 재고하는 등의 대응을 검토해야 하는데 철거 일변도로 나가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