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장률 ‘1.4%’라는 충격적인 수치에는 우리 국민들의 고통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위기감을 갖고 국론을 모아야 할 정부가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점입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9호’로 정계에 입문한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받아든 충격적인 경제 성적표에는 기업의 이익 감소로 월급 봉투가 얄팍해진 직장인,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청년들의 고통이 모두 다 반영돼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 전 사장은 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R&D 시스템은 국가가 선정한 과제에 민간이 결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가 예산 감축은 민간에 2~3배의 파급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우수 인력이 핵심 자원인 나라에서 R&D 예산 축소는 이공계 인재들의 기를 꺾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선 긴급 예산이라도 편성해 필수 사업의 중단을 막고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R&D 예산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년 가까이 기업인으로 살아온 공 전 사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국내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미래 신산업의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자국 중심주의 강화로 기업들이 하나둘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세제 혜택과 우수 인재 양성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 제조업 기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급망 재편의 핵심인 자원 확보를 지원할 국회 차원의 상설위원회 설치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상설 기구를 잘 운영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자원개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 전 사장은 “국회에 입성하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여야가 합의한 기준만큼은 지킬 수 있는 룰을 만드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업인 출신으로서 ‘반(反)기업’ 이미지가 남아 있는 민주당 입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민주당이 3% 경제성장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는데 그것을 구체화해보고 싶었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대기업의 혁신을 지원할 정책을 민주당이 내놓는다면 자연스레 반기업 이미지도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설득한 점도 그의 입당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공 전 사장은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지역구는 당에 위임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같은 날 국민의힘으로 영입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의 ‘협치’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공 전 사장은 2020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각 사의 연구소를 교차 방문했던 당시를 언급하며 “국내 1·2위 기업이 혁신 분야에서 힘을 합치는 모습에 많은 국민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며 “우리 둘 모두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모델처럼 고 전 사장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좋은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