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 달에 간 日·인도, 지구 저궤도 머문 韓…민관 원팀으로 우주 관문 뚫어야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 강국’의 길
민간기업 참여한 달탐사 올해 본격화
우주, 패권경쟁 넘어 비즈니스 무대돼
한국도 자력 우주진출 8대 국가 됐지만
달 착륙은 2032년에나 가능할 예정
韓, 선도국 추격 위해 민간투자 절실
토종 우주기업 상당수 중소벤처 수준
"대기업 적극 투자해 생태계 살려야"
선도국에 우주 진출 관문 선점당할 판
우주 관문 '공역·궤도·주파수' 확보해야


# 미국의 항공우주 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가 2월 달 탐사선 노바-C를 발사한다. 미국 민간기업들이 올해 시도하는 달 착륙은 현재 공개된 것만 해도 총 4개에 달한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나사)이 50여 년 만에 재개한 달 탐사 임무 ‘아르테미스’에 기업들을 대거 참여시킨 덕분이다.


# 일본은 20일 자국 탐사선 ‘슬림’을 달에 착륙시켰다. 그 과정에서 인도가 도움을 준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앞서 달 궤도를 돌고 있던 인도 찬드라얀 2호의 월면 촬영 영상들이 일본에 전송돼 슬림의 착륙지 선정 과정에 활용된 것이다. 일본과 인도는 달 탐사를 위한 별도의 합작 사업 ‘루펙스(LUPEX)’도 진행하기로 했다.


인류의 우주 탐사가 올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최초로 달 탐사를 실행했다. 아울러 미국·러시아·중국의 우주 산업 3강 체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일본과 인도 등이 손잡고 국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우주 공간이 돈이 되는 비즈니스의 장이자 글로벌 패권 다극화의 무대로 본격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도 다극화된 우주 패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는 항공우주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제출해 최근 국회 입법에 성공했고 미국 및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선진 우주 기술을 배우기 위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자체적인 노력을 넘어 민간기업과 원팀을 이뤄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전문 인재 양성을 본격화해야 할 때다.



경남도가 지난 9일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기념해 도청 앞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모형에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경축하는 문구를 설치했다. 사진제공=경남도



선도국과의 우주역량 격차 확대


한 국가가 자력으로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사람과 물자 등을 실어나를 우주로켓 및 발사장이다. 우리나라는 고성능을 낼 수 있는 액체연료 방식과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고체연료 방식 등 두 가지 로켓 기술을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액체연료 추진 로켓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이 ‘누리호(KSLV-Ⅱ)’를 개발해 지난해 첫 실용 발사를 완료했다. 고체연료 추진 로켓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핵심 기술을 확보해 지난해 3차 시험발사까지 성공시켰다.


인공위성의 경우 항우연이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국산 위성을 해외에 수출할 정도가 됐다. 달탐사선의 경우도 국산화의 첫발을 뗐다. 항우연 주도로 국내 첫 달궤도탐사선 다누리(KPLO)를 개발해 2022년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이다. 다만 달까지 보낼 국산 로켓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 그로 인해 다누리는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로켓 ‘펠컨9’에 실려 날아가야 했다.


현재 자력으로 우주로켓과 인공위성을 제조해 우주 공간에 쏘아올릴 역량운 갖춘 것으로 공인받은 나라는 대한민국과 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러시아·인도·이스라엘 등 8개국뿐이다. 8개국 중에서 대한민국은 후발 주자다. 국산 우주로켓 누리호의 성능은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지구 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국산 우주로켓을 완성해 자력으로 달 탐사를 실행하는 것은 2032년부터 가능하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를 위해 항우연 주관 하에 1.8톤급 무인 달탐사선(착륙선 포함)이 2032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반면 미국·중국·EU·러시아·일본은 자체 로켓으로 지구 주변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우주 공간으로 본격적인 탐사선을 보낼 수 있다. 미국은 1969년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성공시켰다. 미국은 2025년 다시 달에 사람을 보내 유인 월면 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2031년 자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를 시도할 예정이다. 일본은 올해 1월 20일 세계 다섯 번째로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중국도 2019년 무인 탐사선의 달 착륙을 성공시켰다. 인도는 지난해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인도 우주로켓 'LVM3'가 지난 2023년 7월 14일(현지시간) 스리하리코타 발사장에서 자국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싣고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ISRO

국내 토종 우주기업 상당수가 영세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주 공간은 기초과학 탐구 및 주요 국가들의 안보 활동(주로 군사 정찰·통신위성 및 탄도미사일 방어) 무대였다. 우주에 인력과 물자 등을 올려보내는 비용은 막대한 데 비해 실패 위험은 커서 상업 목적의 우주 탐사·개척 활동은 위성 기반 방송·통신 및 GPS 등을 제외하면 미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술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이제는 우주 활동에 대한 경제적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기업들이 기존보다 저렴하게 우주로켓 등을 띄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 개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주 경제 시대’의 개막이다. 자율주행자동차, ‘플라잉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우주통신 기반 인터넷 서비스 등을 실용화하기 위해 상업용 위성(통신위성·GPS위성 등) 발사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외기권 등을 활용해 보다 빠른 우주 기반 수송·교통·관광 서비스를 상용화하거나 미세 중력 하에서 신소재 물질, 신약·백신·바이오 기술 등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의 우주 진출 수요가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달·화성·소행성 등에서 희토류·헬륨-3를 비롯한 고부가 광물·에너지 자원을 채굴해 상용화하려는 프로젝트가 일부 민간기업 차원에서 모색되고 있다.



일본이 지난 20일 달에 착륙시킨 탐사선 ‘슬림'의 이미지. 사진제공=JAXA

우리나라도 민관 협력으로 우주 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수립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우주 경제’의 개념을 명시했다.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 발표 때 우주 등 첨단 분야 대규모 프로젝트에 사업별로 장기간에 걸쳐 최대 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명시했다. 항우연과 ADD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응해 소형 우주로켓, 초소형 위성 등의 분야에서 주요 기술 및 지식재산권(IP)을 민간기업에 이전하거나 R&D를 지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예산 투자만으로는 미국·중국 등의 막대한 재정 투자를 따라잡기 어렵다. 이를 보완할 민간 분야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 중에서 우주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그 밖의 순수 민간 분야 토종 우주 기업들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 수준이다. 우주 분야 벤처 창업을 모색하려다 포기한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우주 관련 사업은 아직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데다 고도의 기술력과 인프라, 인재 등이 필요해 초기 사업 실패 리스크가 크다”며 “대기업이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협력해 사업 실패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장기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정부의 한정된 예산만으로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의 투자 및 연구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도 있다. 국산 우주로켓이나 탐사선 등이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물리적 관문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특히 우주로켓 발사용 공역(空域), 우주통신용 주파수, 인공위성이 자리잡을 지구 궤도 공간의 3대 물리적 관문을 시급히 확보하지 않으면 우주 기술의 상업화는 어려워지게 된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우주 탐사 선도국들은 이 같은 3대 관문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수만 대의 위성(초소형 위성군 포함)을 쏘아올릴 예정이다. 지난 70여 년 동안 발사된 위성이 1만여 개에 달하는데 앞으로 수만 개가 더 쏘아올려진다면 저궤도의 공간이 점차 포화돼 후발국은 자국 위성을 앉힐 자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관제요원들이 우주로켓 나로호 발사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제공=항우연


역외에 제2 우주센터 확보 절실


유엔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의 천체 등에 대해 개별 국가의 주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주기술 선도국들은 전략적으로 유리한 발사 공역 및 위성 궤도, 우주통신 주파수를 선점함으로써 사실상 경쟁국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우주로 가는 물리적 3대 관문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에 우주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타국의 우주 활동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성 있는 우주로켓 발사를 위한 제2의 우주센터를 역외에 확보하는 것도 절실하다. 항공우주 분야의 한 연구자는 “앞으로 우주 기반 운송 서비스의 핵심은 얼마나 저렴하고 상시적으로 우주 공간에 위성·화물·인력을 올려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어서 이 같은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역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대규모 우주로켓 발사장을 건설했지만 해당 위치에서 우주로켓을 쏘아올릴 때 인접한 중국·일본의 공역을 침범하지 않고 로켓을 쏠 수 있는 공역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1회당 로켓 발사 비용이 경쟁국보다 높다. 북반구에 위치한 한반도는 적도에서 가까운 다른 지역에 비해 지구 자전에 따른 원심력을 덜 받아 우주로켓이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탈출 속도(1초당 11.2㎞)를 내려면 더 강력한 로켓엔진으로 더 많은 연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성 있는 발사장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우주 기반 운송 서비스 시대에서 가격 경쟁력 부족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맹 및 우방국들 중에서 적도와 가까운 곳에 영토를 둔 국가의 협조를 얻어 한국의 제2 우주센터를 역외에 건설하거나 공해상에 매머드급 해상 발사 기지를 운용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우리가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려면 우주 기술 고도화를 위한 적극적 투자와 3대 관문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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