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이 시작됐다. 양측은 “탄핵 자체가 불가능하다” “성실·청렴 의무 등에 문제가 있다”며 첫 일정부터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헌재는 국회 측에 추가 증거를 제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헌재는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소심판정에서 이 검사에 대한 탄핵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변론준비기일은 양측 입장과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국회·이 검사 측 대리인은 출석했으나 당사자들을 참석하지 않았다.
양측은 절차 시작을 앞두고 장외에서 각자 입장을 내세우는 등 견해차를 분명히 했다. 이 검사 측 대리인인 김형욱 변호사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검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는 법령·입법 연혁 상 명백히 불가해 각하 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등에 검사를 탄핵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없어 탄핵소추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또 헌재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가 헌법·법률에 위반돼 각하를 주장했다. 이 검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인 김유정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명백하게 헌법상의 탄핵 대상의 하나로 검사가 규정이 돼 있어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검사에 대한 탄핵 사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불법으로 일반인의 전과를 조회했다거나 리조트와 관련해 부당하게 편의 제공을 받았다거나 이런 점에 대해 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라든가 청렴 의무, 비밀누설 금지 의무 등을 위반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헌재는 다음 달 26일 준비기일을 추가로 연다. 이날 헌재는 국회 측에 탄핵소추 근거가 된 비위 사실의 장소 및 일시 등을 특정하고 추가 증거도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증거 제출 등 절차가 있는 만큼 재판은 이르면 3월에야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 규정은 아니다. 변론 절차 이후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이 검사는 최근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의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현재 처가 관련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이 차장검사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와 함께 검사 권한이 정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