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 "HD현대를 국가대표로…글로벌 건설장비 '게임체인저' 될 것"

[CEO&스토리]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
현대중공업 IPO 등 핵심역할 '재무통'
건설기계 3사 통합후 중간지주사 대표로
내년 매출 10조·글로벌 톱5 청사진 제시
올 선진시장 공략…매출 15% 성장 목표
신흥시장은 맞춤 전략으로 안정적 수익
우크라이나 점유율 30→50%까지 확대
울산공장 증설 등 국내 설비투자도 속도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설치된 무인 굴착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욱 기자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한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가 세계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미래 기술로 판도를 바꿔보겠습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CES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CES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로 올해 HD현대는 건설기계 글로벌 4위인 존디어 맞은편에 대규모 전시관을 꾸렸다. 글로벌 톱티어들이 기존의 대규모 장비를 앞세운 것과 달리 HD현대는 전동화, 무인 자율화 등 미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건설 현장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5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다시 만난 조 사장은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기업들도 미래 기술 확보에 뒤처진다면 이전과 같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시장 판도를 바꿔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조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로 조선·정유와 함께 그룹의 3대 축으로 꼽힌다. 그는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옛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직후 사이트솔루션 대표에 올라 기존 자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267270)와 함께 건설기계 3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으로 입사해 HD현대그룹에 37년간 몸담고 있는 조 사장은 그룹의 재무통이자 통합의 귀재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 자금난으로 매각했던 현대오일뱅크를 2010년 되찾은 직후부터 재무부문장을 맞아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고 2021년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IPO)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HD현대사이트솔루션 탄생의 초석이 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취임 2년간은 3사의 통합과 안정에 집중했다. 인프라코어와 건설기계가 비슷한 제품군과 시장을 갖고 있는 만큼 서로의 사업 영역을 잠식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몰두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안정적 통합에 나섰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을 보여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 사장은 통합 직후 ‘2025년 매출 10조 원, 글로벌 톱5’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의 포부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 8조 7400억 원, 영업이익 7242억 원을 기록하는 등 통합 이후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HD현대그룹 계열사 전체 영업이익의 36%를 사이트솔루션이 해결했다. 그는 “올해는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매출 9조 원 달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2025년 목표치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건설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동화와 자율화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은 선진 시장(북미와 유럽) 공략이 필수다. 조 사장은 “북미와 유럽은 친환경 건설기계와 신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시장”이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략해 매출 성장 15%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기존 중대형 건설기계 위주의 제품군에 미니 굴착기 등 소형 건설기계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미니 굴착기는 도심·농가·전원주택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아 북미와 유럽 지역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1.7톤 미니 굴착기에 이어 1.9톤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4월에는 콤팩트 트랙 로더 신제품 또한 출시할 예정이다.


건설기계 판매가 딜러망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메가 딜러망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나선다. 올해 상반기 북미에 신규 장비를 테스트하고 고객이 장비를 체험할 수 있는 ROC(Real Operation Center)를 구축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투손에 밥캣과 공동 운영하던 시설을 독자적으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다. 조 사장은 “메가 딜러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ROC가 필수적”이라며 “200에이커 규모로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캐터필러와 존디어·JCB 등 글로벌 건설기계 업체들 역시 애리조나와 텍사스 등지에 ROC를 운영하고 있다. 피닉스에 위치한 JCB의 ROC는 150에이커 규모로, 이번에 HD현대인프라코어가 새로 짓는 ROC는 글로벌 톱티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고객 요구에 맞춰 기계 설비를 조립해주는 북미 커스터마이징센터도 확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각각 운영하던 센터를 모아 시너지를 낼 방침이다. 조 사장은 “양 사 교차 판매를 통해 핵심 제품 중심의 라인업을 확충하고 메가 딜러를 활용해 공백 없는 판매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 시장 공략 또한 강화한다. 한국은 물론 중국·중남미 등 지역 맞춤형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다. 중남미 시장의 경우 올해 부품공급센터를 새로 구축해 제품 애프터서비스(AS)를 개선한다. 조 사장은 CES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일정을 끝내고 곧바로 브라질로 날아가 부품공급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는 “부품공급센터는 건설 장비의 예비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물류 기지 역할도 한다”며 “브라질 센터 구축으로 인근 중남미 국가의 공급망 네트워크 효율성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의 최대 고객인 사우디아라비아 공략도 지속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외에도 1조 달러 수준의 인프라 파이프라인 투자가 전망되는 최대 시장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지난해 사우디 시장에서 2000대의 건설기계 수주량을 기록했다. 이 중 네옴시티의 비중은 약 60~70%로 추정된다. 조 사장은 “올해도 점유율이 대폭 상승하고 일부 장비군의 판매 대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건설기계 기업들의 수주 각축장인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고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의 본격화 역시 기대하고 있는 지점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우크라이나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현지 딜러망과 서비스망도 이미 구축돼 있다. 조 사장은 “재건사업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현지 점유율을 40~50%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설비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HD현대건설기계 울산 공장의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건설기계 사업 외에 엔진, 산업 차량, 컴포넌트 부문의 성장을 위한 투자 역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배터리팩 사업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조 사장은 “올해 인천 공장의 배터리팩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사외 고객 발굴에 나서 배터리팩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엔진 사업은 안정적인 공급과 상품성 향상 등을 통해 북미·유럽·신흥 지역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다. 엔진은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출범 후 20여 년간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지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지난해 2월 첫 방산 엔진 수출에 성공하는 등 빛을 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는 건설기계 3사의 시너지 효과를 본격적으로 보여줄 때”라며 “빠른 성장으로 그룹의 중심 축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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