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의 지난해 실적에 나란히 먹구름이 꼈다. 면세점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1.1% 줄어든 3조 6740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082억으로 49.5% 감소해 반토막 났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 사업 매출은 14.4%, 해외는 5.5% 감소했다.
LG생건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5% 감소한 4870억원, 매출은 5.3% 줄어든 6조 804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생활용품·음료 보다는 화장품에서의 하락세가 컸다고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나타난 ‘애국 소비주의’(궈차오) 현상이 화장품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저렴하고 대중적 이미지였던 중국 브랜드는 최근 5년간 연구개발에 힘을 쏟으며 한국 화장품을 위협하고 있다. 원료와 제품 제형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위노나’나 ‘프로야’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내 ‘C뷰티’ 브랜드 매출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새 51% 이상까지 성장했다. 14%에 불과했던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 내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 선을 넘기며 두 배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화장품 유통이 제한됐던 코로나19 기간동안 빠르게 자리잡은 중국 브랜드를 밀어내지 못했고, 설화수나 후 등 고가 브랜드부터 내수 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 풀이했다.
업계는 미국과 일본 등 신시장에서의 확장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일본에서 약 30%, 미주에서 약 58%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다만 화장품 특성상 이들 지역에서의 판매가 중국에서의 감소분을 채울 만큼 충분히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명 브랜드 틈새를 파고들어야 하는 만큼 새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역 다변화는 중장기 플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