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에 따르면 지금의 복지와 지출 구조만 유지해도 장기(S2) 재정건전성지수가 1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는 부가가치(국내총생산·GDP)의 13.3%를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유럽집행위원회(EC)가 정한 고위험군 국가 기준(6%)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분야별로는 국민·공무원 연금 등 공적연금 재정에 GDP의 4.2%, 기초연금에 2.3%, 건강보험에 4.0%, 장기요양급여 지급에 2.3% 등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래 세대는 평생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이 낸 연금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등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린 대가를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미래 세대의 빚을 줄여주는 데 소극적이다. ‘핑퐁 게임’만 거듭 중인 국민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모수 개혁 방안을 빼고 무려 24가지 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국회에 제출했다. 백지 개혁안을 던져놓고 결론을 내라는 식이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안’과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안’ 등 두 가지 모수 개혁안을 보고했다. 그러자 정부는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데 불과하다며 구조 개혁을 병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연금 개혁은 ‘더 내게 하고 덜 받거나 늦게 받는 게’ 핵심이다. 인기 없는 정책이어서 문재인 정부도 맹탕 개혁안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포기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이달 말까지 공론화위를 구성해 4월 중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4·10 총선 이후부터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까지 개혁 골든타임을 맞이한다는 얘기다. 정치적 부담이 적은 이 시기를 놓치면 새로 구성한 국회의 외면 속에 집권 3년차인 윤석열 정부의 개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정치 생명을 걸고 구체적인 연금 개혁안을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회는 연금 개혁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초당파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개혁이 늦어질수록 국민들의 부담과 충격은 더 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