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TI)가 진행한 '2023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 조사에서 한국이 180개국 중 32위를 차지했다. 점수는 전년과 같지만 순위는 한 단계 떨어졌다. 한국의 순위 하락은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7년 만이다.
독일에 본부를 둔 비정부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는 30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국가 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CPI는 공공부문의 부패에 대한 전문가와 기업인의 인식을 보여주는 13개 원천자료를 반영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다. 70점을 넘어야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로 평가되고 한국이 위치한 50~69점대는 '절대 부패로부터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평가 대상 180개국 중 국가 청렴도 1위는 덴마크(100점 만점에 90점)였고 이어 핀란드(87점), 뉴질랜드(85점), 노르웨이(84점), 싱가포르(83점) 순이었다.
32위(63점)를 차지한 한국은 2016년 52위(53점)를 기록한 이래 2022년 31위(63점)까지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하다가 지난해 한 계단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는 22위로 전년도와 같았다. 51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9위로 나타났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촛불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상승 추세를 멈추고 하락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회 전반의 반부패 노력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경제·정치 영역과 관련한 지표들이 하락했다”며 “사회 상층의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가 (한국의) 핵심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반부패 청렴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부패 총괄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선거관리위원회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채용 등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부패 문제가 발생하며 대내외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권익위는 다만 국제투명성기구가 각국의 청렴도 순위보다 점수를 중요하게 본다고 전하면서 “정부의 지속적인 반부패 정책 추진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권익위는 우리나라가 청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반부패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권·카르텔 부패, 지방의 관행적 부패, 공공 재정 부정수급, 청탁금지법 합리화, 공직 채용 실태 등이 주요 관리 대상이다.
또 한국투명성기구는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의 엄격한 시행과 실효성 제고, 기업의 준법 활동과 투명·윤리경영 활성화, 공익신고자 보호 범위 확대 등을 주문했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국가는 11점을 받은 소말리아였다. 베네수엘라와 시리아, 남수단도 13점으로 공동 177위에 그쳤다. 북한 역시 172위(17점)로 최하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