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설·R&D 역대급 투자…줄어든 곳간은 부담

[삼성전자 작년 81.4조 집행]
평택·美 테일러 선단공정 집중
순현금 79.6조로 1년새 25조↓
차입금도 12.7조로 2조 늘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차세대 제품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조 원 단위 적자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순현금이 줄고 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부담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간 53조 1000억 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과 비슷하다. 90% 넘는 금액인 48조 4000억 원이 반도체 사업에 투입됐고 디스플레이에 2조 4000억 원이 쓰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16조 40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전의 분기 최대(20조 2000억 원)를 기록했던 2022년 4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사업별로는 반도체 부문에 14조 9000억 원, 디스플레이에 8000억 원이 집행됐다.


R&D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R&D 투자 금액은 7조 5500억 원으로 분기 기준으로는 최대다. 연간으로도 28조 3400억 원에 달해 2022년(24조 9200억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메모리 클린룸 확보, HBM·DDR5 등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서는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조성에 투자가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실적 등락과 관계없이 매년 R&D와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반도체 불황으로 반도체 경쟁사들이 설비투자를 큰 폭으로 줄인 것과 대조된다. 경쟁사들이 시설 투자를 멈춘 와중에도 투자를 이어가면서 다음 ‘업사이클’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빠른 속도로 보유 현금이 줄고 있다. 보유한 순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79조 6900억 원으로 2022년 말(104조 8900억 원)과 비교해 1년 만에 25조 원 넘게 줄었다. 순현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 상품, 단기 상 각 후 원가 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 현금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지표다. 같은 기간 차입금도 10조 6447억 원에서 12조 7302억 원으로 2조 원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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