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독립유공자 유족인 줄 알고 임의로 줬던 보훈급여금의 환수 처분이 잘못됐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가보훈부는 특히 환수하는 과정에서 잘못 준 유족이 아니라 상속인도 아닌 유족의 며느리에게 돈을 내라고 했는데, 이것 역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급여금 환수처분을 받은 선순위유족이 사망하자 그 며느리에게 환수처분을 한 보훈부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연은 이렇다. 독립유공자의 선순위유족으로 등록돼 있던 친자녀가 2007년 사망하자 보훈부는 직권으로 독립유공자의 다른 자녀로 확인되는 A씨를 선순위유족으로 지정, 급여금 등을 지급했다. 그런데 2020년 A씨와 독립유공자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보훈부는 선순위유족 등록을 취소하고 A씨에게 지급했던 급여금을 돌려달라고 명령했다.
이 와중에 A씨가 2022년 사망하고 세 달 뒤 A씨의 상속인이었던 아들마저 사망했다. 그러자 보훈부는 A씨의 며느리인 B씨에게 급여금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며느리 B씨는 “A씨가 받았던 급여금은 반환면제 사유에 해당,보훈부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급여금 등을 받은 사람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하거나 급여금 등을 받은 후 등록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권리가 사라지는 경우 5년 이내에 지급한 급여금을 환수할 수 있다.
중앙행심위는 보훈부가 직권으로 한 A씨의 독립유공자 선순위유족 등록에 A씨의 관여나 고의가 없어 급여금 반환면제 사유에도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면 A씨가 신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보훈부가 임의로 급여를 줬던 만큼 추후 A씨가 급여 자격이 없음이 확인되더라도 받았던 금액을 돌려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B씨는 A씨의 며느리라 설령 A씨가 급여를 환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법률상 상속인이 아닌 만큼 B씨가 급여를 돌려줄 이유가 없다. 박종민 부위원장 겸 중앙행심위원장은 “자격이 없던 자에게 지급되었던 급여금을 환수하는 것이 공익상 목적에 부합하더라도 법률상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한 환수처분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