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의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이 단단한 외피에 싸여 있는 것을 방송으로 봤는데 그것에 촉각을 느낄 수 있는 피부를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김정(54·사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피부를 통해 촉감과 자기 수용 감각 등을 갖고 사람을 돕게 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KAIST 생산공학과 학사, 정밀공학과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바이오로보틱스 분야를 개척하고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해왔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생체 모방 로봇이나 수술용 로봇, 로봇 의족 등을 고도화할 수 있다. 로봇이 피부 촉감을 느끼면 물류 공장의 인간형 로봇이나 고령자를 도와주는 서비스로봇 등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촉감이나 공간 감각 등 체성감각을 로봇에 접목하는 데 관심을 둬왔다”며 “다양한 접촉과 상호작용이 필요한 로봇 응용 분야와 인간형 의수·의족 피부로의 활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MIT 박사과정 시절 지도교수와 촉각 기능과 이를 정량화하는 방법에 관해 연구와 토론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촉각 기능을 로봇에 구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로봇 피부는 반도체 공정 등을 이용해 우표만 한 크기에 정밀한 촉각을 부여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며 “하지만 로봇의 몸체는 평면이 아니고 여러 물리적 자극과 큰 압력에 노출된다”고 전했다. 이에 김 교수 연구팀은 처음부터 몸체를 덮을 수 있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부드러운 소재로 로봇의 넓은 면적을 보호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생체 모사 다층 구조와 단층촬영법을 활용해 대면적 로봇 피부를 만들었다. 특히 로봇 피부가 깊게 찢어지거나 베일 경우 상처 부위만 보수하면 구조와 기능을 손쉽게 회복하는 점이 특징이다. 김 교수는 “로봇손 피부에 촉각을 부여해 높은 수준의 조작이 가능하게 하는 연구에도 집중할 것”이라며 “스스로 접히고 구부러지고 이동하기도 하는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도 하겠다”고 했다.
한편 그는 “만약 인간과 로봇이 같이 일하는 공간에서 사고가 날 경우 누구의 책임인지를 규명하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