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파운드리도 첫 수주…반도체 3총사, 올 30조 영업익 이끈다

[삼성전자 실적]작년 4분기 D램 흑자전환
D램·낸드 재고제품 빠르게 소진
AI 훈풍타고 HBM 3.5배 성장
파운드리 첨단공정 따내 긍정적
엑시노스 2400 최신폰에 탑재
시스템LSI 사업부도 실적 반등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최악의 불황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스템반도체 사업 또한 연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3형제’의 업턴에 따라 삼성전자가 올해 3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31일 삼성전자는 2023년도 4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지난해 말 D램·낸드플래시 재고 제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고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고객사 수요 회복으로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를 기록하고 감산 정책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 소진이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재고 소진에 속도가 붙었던 주요한 이유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활약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후 정보처리 속도가 대폭 개선된 특수 D램인 HBM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면서 전체 메모리 시장의 부진을 상쇄시킨 것이다.



한종희(왼쪽) 삼성전자 DX부문 부회장이 31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4'에서 삼성이 유럽에서 첫 선보인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김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HBM 비트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0% 이상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5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HBM의 약진에 힘입어 D램은 올 1분기 안에는 재고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HBM3E) 양산에 이어 2026년 양산이 목표인 HBM4 제품 개발에도 나서며 앞으로 다가올 메모리 호황 사이클에 적극 대응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중심축인 파운드리 사업은 지난해 4분기 수요 부진의 늪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다만 연간 최대 수주 실적과 선단 공정 과제 수주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발표회에서 익명의 고객사를 상대로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AI 가속기 칩 과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22년 3㎚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후 고객사와 2㎚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 과제는 최첨단 선단 공정인 만큼 막대한 개발비와 연구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AMD 등 삼성전자 규모에 준하는 정보기술(IT) ‘큰손’들 가운데 한 업체가 삼성에 과제를 맡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2㎚ 고객사 외에도 세계 파운드리 고객사들을 상대로 한 수주 작업 또한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 실적 달성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 1분기에는 고객사 재고 감축 기조로 실적 개선 흐름이 다소 더딜 것으로 전망되나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PC 시장 수요가 2022년 수준까지 반등하면서 사업부의 실적 개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DS 부문 내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신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 출시로 실적 반등을 알렸다. AP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 안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엑시노스 2400은 삼성 파운드리의 최첨단 4㎚ 공정으로 만들어진 AP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 탑재됐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관계자는 “엑시노스 2400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되면서 3분기 대비 매출과 손익이 모두 개선됐다”고 밝혔다. 올해는 ‘온디바이스 AI’ 트렌드에 맞춘 시스템온칩(SoC) 제품 경쟁력 극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IT 기기 사업을 맡고 있는 MX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는 특유의 실리주의 전략을 펼치며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 두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112조 4100억 원, 영업이익 13조 1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3%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설계 최적화, 지속적인 리소스 효율화로 불황에도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기능을 강조한 주력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공식 출시된 만큼 이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는 “소비자에게 AI 폰은 갤럭시라는 점을 각인시켜 초기 AI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호조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조 100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조 원을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소형 패널의 판매량이 20% 성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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