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 수입이 대폭 줄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56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31일 내놓은 ‘2023년 국세 수입 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1조 9000억 원이나 줄었다. 이는 기존 세입 예산안 추정치인 400조 5000억 원에 크게 못 미쳐 세수 오차율이 -14.1%에 달했다. 올해도 세수 감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 부족에 놀란 정부가 올해는 세수 전망치를 361조 4000억 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지만 이 역시 ‘희망 섞인 추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업 경영 악화와 부동산 거래 절벽의 골이 깊어 정부 예측보다 올해 6조 원의 국세가 덜 걷힐 것이라며 연속적인 ‘세수 펑크’를 경고했다.
이런데도 4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야당은 퍼주기 선심 공약을 쏟아내고 정부·여당은 감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야는 양당 기반 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무력화하는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최소 6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지역 사업 추진에 여야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묻지 마’식으로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쌀뿐 아니라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보전해주는 ‘제2의 양곡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쌀값을 보전해주는 양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이보다 더한 선심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동안 ‘기본 시리즈’ 공약을 쏟아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이가 태어나기만 하면 목돈을 분할 지급하고 대학 교육비까지 지원해주자는 ‘출생기본소득’을 구체적 재원 대책도 없이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면서 ‘패키지 세금’인 증권거래세 인하를 원상 복구시키지 않아 올해 당장 1조 5000억 원 안팎의 세수가 줄어들게 됐다. 또 세금 3000억 원을 들여 제2금융권 대출을 받은 40만 명에게 이자를 최대 150만 원 돌려주는 정책도 발표했다. 여야 정치권이 나라 살림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포퓰리즘 경쟁을 접어야 한다. 그러잖으면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은 채 만성 재정 적자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