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영끌족’들이 이자 부담에 허덕이다 임의경매로 내몰리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주택 처분이 어려워졌을뿐더러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업체 등 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경우도 많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등을 통한 금리 절감이 막힌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 5614건으로 지난 2022년 대비 61% 늘었다.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12만 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이뤄진다. 보통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임의경매는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 없이 곧바로 법원에 경매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은 3만 9059건에 달했다. 2022년의 2만 4101건에 비해 62% 급증한 수준이다.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한 소위 ‘영끌족’들이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총 1만 11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5182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빌라왕’ 등 전세 사기 피해가 많았던 수원시에서 2022년(352건) 대비 181% 급증한 990건을 기록했다.
서울도 전년 대비 74.1% 늘어난 4773건을 기록했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에서 집값 하락 폭이 가장 큰 송파구에서 419건의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됐다. 뒤이어 서초구(381건)·동대문구(375건)·관악구(34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광주도 973건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3.5% 급증했다. 이밖에 세종(424건), 충남(1857건) 등도 각각 74.4%, 76.3% 늘었다.
올해도 이 같은 임의경매 신청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매매 시장이 얼어붙어 처분이 어려운 데다 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에 나서고 있지만 이처럼 임의경매에 내몰리는 물건의 경우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대부업체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지옥션에 따르면 채권자가 2금융권(저축은행·캐피탈·대부업체)인 임의경매 개시 건수는 2022년의 102건에서 지난해에는 3629건으로 급증했다. 현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온라인 주담대 대환대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SBI·JT친애·OK저축은행·현대캐피탈 등 4곳뿐이다. 이마저도 지난달 9일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갈아타기 신청 건수는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올해도 임의경매 물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이자 부담이 늘었지만 매매 시장에서 처분하기가 어려워 결국 경매 시장에 내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매 시장에 나와도 팔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시장에서 전국 아파트 낙찰률은 평균 36%대를 기록해 2021년 80%대 대비 2배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