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완전히 꺾었다. 이에 월가에서는 5~6월 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보다는 고용지표나 금융시장 여건이 향후 금리 인하 향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연준은 1월 3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9개월째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회의 성명문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이 들 때까지 (금리)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간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더 큰 확신을 원한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3월 금리 인하론을 직접적으로 반박했다. 파월 의장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FOMC 위원들이 3월 회의 때까지 (물가에 대한) 확신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며 “근시일, 특히 3월은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도, 기본 전망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6개월 인플레이션 추세가 호조를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미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이것이 과연 2%로 가는 진정한 신호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2%대에 한 차례 닿는 정도를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파월의 발언에 월가 금융사들은 5월 또는 6월 인하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 씨티는 “근원물가 변동 가능성과 파월 의장의 발언을 고려해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6월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모건스탠리가 6월, 옥스퍼드이코노믹스와 웰스파고 등은 각각 5월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3월 금리 인하를 배제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추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월가에서는 앞으로 물가보다는 고용지표가 금리 인하를 판단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6개월 추세로 1.9%를 기록해 이미 연준의 목표(2%)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3월 인하론을 부정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차례 더 인플레이션이 둔화해야 연준이 (금리 인하에) 확신을 가질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 투자관리의 짐 캐런은 “연준은 고용 시장도 함께 완화돼야 물가에 대해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관건은 고용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도 “노동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약해진다면 금리 인하 시점은 절대적으로(absolutely)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3월 FOMC 이전까지는 1월과 2월 두 차례의 고용보고서가 예정돼 있다.
금융시장 불안도 인하를 앞당길 수 있는 요인이다. 실업률로 침체를 실시간 판단하는 이론인 ‘삼의 법칙’을 창시한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은 보이는 것보다 좋지 않고 금융시장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지 않는다면 경제의 어느 부분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