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11대 입법원장(국회의장)에 친중 성향의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가 당선됐다.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이 지난달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입법원장직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라이칭더 새 정부가 향후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중앙통신사(CNA)에 따르면 1일 입법원(국회)에서 투표를 실시한 결과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가 입법원장으로 선출됐다. 한 후보는 1차 투표에 이어 치러진 2차 투표에서 54표를 얻으며 직전 입법원장을 지낸 민진당 소속 유시쿤 후보(51표)를 3표차로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대만은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를 2차 투표로 올려 다득표자를 입법원장으로 결정한다. 한 신임 입법원장은 가오슝 시장을 지냈으며 2020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전 총통과 맞붙기도 했다. 연임을 노렸던 유 후보는 투표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비례대표 입법위원직을 사퇴했다.
지난달 15일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다수당 자리를 빼앗긴 때부터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민진당은 입법위원 선거에서 기존 61석에서 10석이나 잃은 51석을 확보하면서 과반 의석수(총 113석 중 57석)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반면 국민당은 의석수를 기존 38석에서 52석까지 늘리며 제1당 지위를 꿰찼다. 나머지 의석 중 2석을 확보한 무소속 위원들이 친국민당 성향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54석을 확보한 셈이다.
이로써 ‘여소야대’ 형국에서 국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라이 새 정부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원장은 입법원에서 논의할 의제를 제시하고 추진하는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다수 의석을 거둔 데다 입법원장 자리까지 거머쥔 국민당의 반대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CNA는 “라이 총통은 정책에 대한 입법원의 지지를 획득하는 데 전임자보다 더 큰 어려움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했다. 대만 입법원은 2일 입법부원장(국회부의장)을 뽑기 위한 투표에 나선다. 민진당 소속 차이치창 전 부위원장과 국민당의 자니 치앙 의원이 입법부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