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강화라는 당근책을 꺼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10조 원 이상 들여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등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부가 개원 면허 등 의사면허와 관련한 통제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 대해 개원 의사들의 반발이 컸다.
개원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1일 필수의료 정책 4대 패키지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 소생이 절실하나 의대 증원만이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특히 △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 △사망 사고 및 미용·성형을 제외한 제한적 특례 적용 범위 △개원 면허 및 면허갱신제 도입 등이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발표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가가 낮아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의사들이 미용·성형 등 비급여 영역으로 눈을 돌린 게 필수의료 위기의 핵심인데 이를 외면한 채 인력난을 해소하려 2~5년간 대학병원에 근무하게 하는 강제 조항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비급여 영역을 정부의 관리 아래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의 경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세라 외과의사회장(미래의료보험 대외협력위원장)은 “지금도 매년 미지급하는 국고 지원금이 쌓여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 재정을 대폭 늘리는 것처럼 하더니 조삼모사식의 미봉책을 내놓은 셈”이라며 “비급여 영역을 건드리겠다는 발상은 위헌 소지가 커 보인다”고 비판했다.
비단 개원 의사들만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혼란에 빠졌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필수의료에 부적합한 인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필수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른다는 얘기”라며 “의사의 미래는 물론이고 필수의료의 미래는 없음을 재확인시키면서 그나마 의대 증원 등 정권을 지지하던 일부 의사들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차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총파업 등 의료계가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협은 이미 지난해 12월 ‘총파업(집단 휴진)’에 관한 회원 설문조사를 마쳤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최근 응답자의 86%가 의대 증원 강행 시 집단행동에 나설 의사를 보였다는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의협은 전국대표자회의와 대규모 장외 집회, 무기한 파업 투쟁을 포함한 모든 투쟁 수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